[미디어펜=조성완 기자]“이해찬은 역시 이해찬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강경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한 정치권 인사의 발언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사실상 정계를 은퇴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대표의 최근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4·15 총선 직후 ‘열린우리당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 이후 연일 당 안팎의 주요 이슈에 대해 직접 대응하며 당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당 내에서는 ‘최대 강경파’가 이 대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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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대표 |
이 대표는 9일 법정 시한을 넘겨버린 원 구성 협상을 두고 김태년 원내대표를 향해 “최소한 이번 주를 넘기면 절대 안 된다. 이번 주를 넘기는 것은 원내대표의 책임”이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어 "어제가 마무리 날짜인데 날짜를 끄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매듭을 지으려면 빨리 매듭짓고 그 과정에서 설령 비판이 있어도 감수하고 가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이지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김 원내대표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당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자당의 원내대표에 대해 압박을 가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더구나 김 원내대표는 친문 내에서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의 투톱이 공공연한 상하관계로 비칠 수도 있다.
정의기억연대와 관련된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당내에서조차 윤 의원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제기되자 “각자 개별적으로 의견들을 분출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리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련 당론에 반대하고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 안팎에서 부적절한 징계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이 대표는 규정을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라면서 “한 번도 비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본 적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 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는 ‘너무 원칙주의자다, 까칠하다’라는 것으로 통일된다, 그만큼 강단과 기질을 소유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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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월27일 21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대표 |
참여정부 시절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건복지부장관 발탁을 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가 유 의원 임명 제청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자 “그렇게 버틸거면 총리직을 그만 두라”고 말했다. 이에 이 총리는 “또 이러면 다신 참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치권에서는 4·15 총선에서 압승하며 ‘명예로운 은퇴’를 앞둔 이 대표가 연일 ‘원칙’을 강조하며, 악역 아닌 악역을 자처하는 것 역시 김 원내대표의 협상 공간을 더 확보해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이 대표가 사실상 정계은퇴를 앞두고 당에 대해 강력한 그립을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반대로 생각해보면 남을 사람들을 위해 떠나는 사람이 총대를 메고 앞장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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