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너에 몰렸다. 당권‧대권에서 사실상 독주체제를 형성했지만, 김부겸 전 의원의 ‘조건부 대권 불출마’가 당건 구도에서는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잘 나가던 이 의원을 멈춰 세운 것은 바로 ‘당권‧대권 분리’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당시부터 7개월짜리 당 대표라는 부담을 두고 장고의 시간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시한부 임기는 항상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임기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던 이 의원을 코너로 몰아붙인 것은 결국 김부겸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대표에 당선되면 임기 2년을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차기 대통령 후보 경선을 포기하는 ‘베팅’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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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낙연 의원 페이스북 |
홍영표 의원은 10일 김 전 의원이 자신에게 “이번에 당 대표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당선이 되면 임기를 채우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전날에는 우원식 의원을 만나 같은 뜻을 전했다. 김 전 의원이 만난 두 의원은 모두 “대선 출마를 위해 당 대표를 7개월 만에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도 지난주 이어 이날도 당권‧대권 분리 문제를 두고 논의를 이어갔다. 다만 김 전 의원이 대권 불출마를 시사함에 따라 당권‧대권 분리를 계속 논의하면 특정인을 겨냥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는 않기로 했다.
더미래 회장인 진선미 의원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집중하고 있던 우려가 이미 전달된 것으로 본다”며 “전대 출마하는 분들의 선택과 결정 단계로 넘어갔다 본다”고 말했다.
이제는 이 의원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도 사퇴를 전제로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준비가 많이 중요한데 집권당이 한 해동안 전당대회만 하고 있을 수 없지 않은가(김두관)”라는 당내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김 전 의원처럼 당권과 대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 의원은 현 상황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김 전 의원의 불출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17초간 침묵한 다음 “보도 이외의 것은 알지 못한다”고 짧게 답했다. 김 전 의원을 만날 계획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계획이 없다는데, 어떻게 답을 할 수 있겠느냐”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내 한 관계자는 1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의 ‘대권 불출마’는 말 그대로 이 의원 독주로 흘러가던 전당대회의 판 자체를 뒤엎은 것”이라면서 “이 의원으로서는 전당대회에서 승리를 하더라도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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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8일 코로나19 의료진들에게 수화로 '당신을 존경합니다'라고 표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김부겸 전 의원 페이스북 |
민주당의 세력 구도 역시 ‘이낙연 대 반이낙연’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던 송영길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다시 비치는 등 이 의원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의 경쟁 상대들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 측은 일단 ‘이낙연 대세론’은 끄덕 없다는 입장이다. 이낙연계로 꼽히는 이개호 의원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 대표 후보들 간) 다소 합종연횡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내) 많은 분들이 이 의원과 생각을 같이 한다.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9단’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도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굉장히 민주당 내부에서 반이낙연 전선이 지금 굉장히 구축되던데, 그 자체가 (전당대회) 흥행이 (되고 있다)”며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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