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언급한 '안심소득', 기본소득제의 우파 버전
'소득수준 따라 상이한 금액'...소득보존 개념 알려져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정치권에 '기본소득' 논의 광풍을 일으킨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엔 기본소득제의 '우파 버전'으로 제시되고 있는 '안심소득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만난 식사 자리에서 오 전 시장이 이날 밤 TV 토론 방송에서 언급할 예정이었던 '안심소득제'를 제시하자 관심을 보이며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은 식사 자리에서 "기본소득에도 좌파 버전과 우파 버전이 있는데 우파 버전은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음의 소득세 개념에 입각한 안심소득제"라고 설명했다.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당 등 서울 동북부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통상 기본소득제도는 고용 상태 여부와 소득 고하와 상관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무상보육, 무상급식처럼 소득의 고하를 불문하고 혜택을 주는 다양한 무상 보편적 복지를 단순화해 전면 확대 시행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안심소득제'란 가구원 규모를 감안한 일정 소득 미만의 가구에 대해 소득 부족분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안심소득제는 대체가 가능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7개 급여 중 생계, 주거, 자활급여 및 국세청의 근로·자녀장려금 등을 폐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요컨대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한 금액을 나눠주는 것이고 안심소득은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차등적 재원 지급 방식을 도입하는 개념이다.

오 전 시장이 언급한 음소득세(Negative Income Tax)는 밀턴 프리드먼 등 경제학자가 추천하는 방안으로, 프리드먼은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의 제12장 '가난의 완화'에서 음소득세를 주장했다.

음소득세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복지를 베풀 경우 근로 의욕이 있는 자도 일하지 않고 복지에 의존하는 폐단을 완화하고자, 근로 유인을 제공하면서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제도다. 프리드먼은 모든 복지 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음소득세로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음소득세는 말 그대로 거두어들이는 세금이 아닌 정부가 지출하는 '보조금'이라는 차원에서 '마이너스 소득세'다. 또 음소득세는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어느 정도 소득구간에 있는 저소득층에 한해서 일종의 '격려금'을 지원해주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미디어펜'에 "무소득이거나 연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나라에서 약 300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가령 연 60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들을 고소득자로 간주한다면 고소득자에겐 보조금 지원 없이 원래 걷던 세금만 걷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 4500만원 정도의 소득자에게 정부가 150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해 더욱 더 일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해당 '안심소득제'는 음소득세를 국내 실정에 맞게 설계하여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변양규 전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 등이 제안한 것으로, 이 방안은 음소득세의 적용 구간을 최소화해서 현 세제의 기본 틀을 되도록 건드리지 않는 길을 골랐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변양규 전 실장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안심소득제는 복지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소득불균등 완화 효과도 상당히 크다는 분석이다. 기본소득제 하에서는 지원 방식이 저소득층 중심이 아니고 모든 국민에게 조건없이 지원하는 것이므로 개인의 소득은 비록 증가하지만 상대적인 개념인 불평등도 개선되지 않는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안심소득제 하에서는 저소득층일수록 지원이 커져 소득분포의 하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이 중심쪽으로 이동하면서 양 극단의 분포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변 전 실장의 분석이다.

다만 음소득세는 조세와 복지 보조금을 통합한 제도인 관계로 음소득세가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온갖 보조금을 걷어내야 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 도입되려면 험난한 장애들을 넘어야 하며 국내 실정에 맞는 연구와 검토가 더욱 필요하다는 사항이 지적되고 있다.

한편, 오세훈 전 시장은 이날 MBC 100분 토론에 출연, "소득이 적은 국민에게 집중 지원을 해야 소비나 생산 등 경제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며 "안심소득을 도입하면 증세는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상대 패널로 출연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국민에게 보편적으로 기본소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