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이 6년차를 맞고 있다. 그동안 투기 관행 등으로 거래가격이 급등해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제도의 실효성 문제까지 지적되며 구조 혁신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산업계는 내년 탄소배출권 거래제 3차 계획 시행을 앞두고 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유상할당 확대, 파생상품 도입 등 시장을 둘러싼 변수는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뉴딜 정책' 재원을 위해 탄소 감축 대상 기업들을 더욱 옥죄일 것이라는 우려도 다온다. 미디어펜은 '탄소거래 5년'을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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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사진=현대제철 |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국내에서 시행된지 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시장이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배출권(KAU19) 가격은 지난 12일 톤당 3만1800원을 기록하는 등 6월 들어 3만원대 초반에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줄어든 영향으로, 지난해초 2만원대 초반이었던 배출권 가격은 같은해 12월 12일 4만원을 돌파할때까지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중순 3만5000원선으로 내려앉은 것을 제외하면 5월초까지 4만원 안팎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가격이 이처럼 치솟았던 원인으로 수급불균형을 지목했다. 정부가 무리한 수준의 감축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과 여유분을 보유한 기업의 이해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올해 만료되는 2차 계획기간에 맞춰 배출권이 충분하지 못하면 시장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하지만 여유분을 지닌 곳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장내거래량은 1313만6116톤으로, 전년 대비 5%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장외거래를 포함한 총 거래량도 4281만3549톤으로, 2차 계획기간 연평균 할당량의 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장내에서 3175만톤이 거래되는 등 더욱 악화되면서 가격 변동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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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6개월간 탄소배출권(KAU19) 톤당 가격 추이(단위:원)/자료=한국거래소 |
하지만 이들도 내년부터 시행되는 3차 이행기간에 필요한 배출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월분이 축소된다고 해도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 뉴딜'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심해질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발전분야 기업들은 3차 계획기간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유상할당량이 5%에서 10%로 확대될 경우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철강업계 CEO들은 최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3차 계획기간에서는 산업계에 가능한 많은 물량을 배정해달라'고 말했으며, 석유화학 등 다른 업계에서도 업종 특성을 고려한 배분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업계는 배출량 감축을 위한 설비투자와 배출권 구매를 동시에 해야하는 만큼 부담이 적지 않으며, 이는 결국 제품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소비자 부담 증가는 물론 수출전선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2%가 환경규제 강화로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응답했으며, 51.9%가 규제 기준이 기업의 이행능력을 넘어선다고 토로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환경규제'로 배출권거래법 등 대기 관련 규제를 꼽은 곳은 38.6%로,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등 화학물질 규제(31.3%)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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