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빅3'들이 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개편 등 고강도 개혁작업에 착수하면서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저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지금의 고강도 개혁 작업은 위기를 이겨내기위한 고육지책이라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맏형 겪인 현대중공업은 2분기에 이어 3분기 조 단위의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안팎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실적악화로 그룹의 경영진단을 받은 삼성중공업은 재도약을 위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한다. 반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고재호 대표이사의 연임에 힘이 실리며 조직강화에 경쟁력을 얻고 있다.

   
▲ 구원투수로 영입된 권오갑 현대중공업 신임 사장이 최근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조선소,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3사 260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일괄사표를 받았다. 권사장이 출근중인 노조원과 일일이 악수하며 파업자제를 당부하고 있다./뉴시스

■ 현대중공업, 최길선·권오갑 각자 대표이사 선임… 몸집 줄이고 경영정상화 '올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전 임원 사직서 제출에 이어 사장단·본부장 인사 및 임원 대규모 감축 등 고강도 개혁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조직통폐합 및 슬림화 작업에 나섰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권오갑 사장은 방만했던 경영을 바로잡고 추락한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현대중공업 한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울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과 권오갑 그룹기획실장 겸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임시 주총 후 열린 이사회에서는 두 사람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과 권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최근 선박영업 강화를 위해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한 ‘선박영업본부’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울산에 있는 현대미포조선 선박영업부와 기본설계부가 서울 계동사옥으로 이전해 합류할 예정이다.

또한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기능을 통합해 ‘기획실’을 재정비했다. 기획실은 기획팀, 재무팀, 인사팀, 커뮤니케이션팀, 윤리경영팀, 준법경영팀, 자산운영팀 등 7개 팀으로 구성했다. 현대중공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획 및 조정 역할을 담당한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가 기획 업무를 총괄한다. 정 상무는 현대중공업 안전경영지원본부 산하의 경영기획팀, 재무팀, 인사팀을 아우르는 기획파트 총괄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조만간 정 상무의 발령을 포함한 임원 인사 명령을 낼 계획이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현대중공업은 7개 사업본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본부아래 부문 단위가 기존 58개에서 45개로 22% 축소되고, 전체 부서도 432개에서 406개로 감소했다.

해외법인 및 지사에 대한 점검도 시작됐다. 현재 조선 3사는 해외에 25개 법인과 21개 지사 등 46개 해외조직을 두고 있는데 이 중 사업성과가 낮은 법인과 지사는 통합해 효율적인 운영을 해 나갈 예정이다. 해외주재원도 대폭 줄이고 필요한 인원에 대해서는 단기파견형태로 근무하기로 했다. 국내지사도 그룹 지사망을 활용해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조직통폐합 및 슬림화 작업과 병행해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제도개선전담팀’을 두어 임직원들의 건의내용을 항목별로 분석하고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메일을 통한 접수 뿐 아니라 현장 임직원들의 의견도 직접 듣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며 개선사항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사장 집무실 바로 옆에 팀의 위치를 두었다.

현대중공업은 수익창출이 어려운 한계사업에 대한 사업조정 작업, 공정 및 작업 환경개선을 위한 생산현장의 혁신 작업 등도 계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다.

과제도 아직 남아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46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4년 이후 연속 무분규 기록를 깨며 오는 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가는 노조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도 남은 숙제다.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오른쪽)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왼쪽)이 IR 행사장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몸집 불리고 연관 사업 시너지 올리기

삼성중공업의 경우 최근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양사를 합쳐 몸집을 불리고, 연관 사업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판단에서다.

합병기일은 12월 1일. 양사는 합병을 앞두고 주요임원들에 대한 평가와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일정 수 이상의 임원 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 분야인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해양플랜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제작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육상 화공플랜트 중심에서 고부가 영역인 육상 LNG와 해양 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도·소매업, 정보통신공사업, 무역업 및 무역 중개업 등 17개 사업목적을 새로 추가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이번 합병으로 2020년 매출 40조원을 향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내놨다. 사업부문별로는 ▲조선 6조원 ▲해양시추설비 4조원 ▲해양생산설비 8조원 ▲화공플랜트 11조원 ▲발전설비 4조원 ▲산업환경 2조5000억원 등이다.

삼성중공업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면서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와 전태흥 삼성중공업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이 사내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회사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대내적으로는 양사 임직원간 물리적 화합과 더불어 화학적 화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합병 법인의 가장 큰 이슈는 최고경영진 체제가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을 아꼈다.

   
▲ 지난 2일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를 방문한 영국 에드워드 왕자 (오른쪽)와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사장 (왼쪽)이 군수 지원함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대우조선해양

■ 대우해양조선 조선 3사중 유일 흑자 행진… 대표이사 연임 힘 얻어

지난해 뇌물비리로 홍역을 치렀던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선전하고 있는 분위기다.

4일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부실 우려를 씻고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3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4조222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4% 증가했다.

회사 측은 "현대, 삼성과 달리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손실충당금을 분기마다 적절히 나눠 반영했기 때문이다"며 "이는 재무책임자의 판단이었으며, 그로인해 올해 위험부담이 없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은데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고재호 사장의 연임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기 경영체제에 초점을 맞춘 변화가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이며, 올 연말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로 인한 충당금을 반영하느라 영업적자를 기록한 반면, 유일하게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0월말 기준 총 74억5000만달러 규모의 수주실적을 달성했다. 남은 하반기 실적을 약 145억달러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미디어펜=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