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간편결제업계, 후불 결제 사업 위해 기존 금융사만큼 조건 충족해야"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금융당국이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업체에 후불 결제 기능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카드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간편결제업체가 기존 금융사들과 동일하지 않은 기준에서 후불 결제 사업을 준비하는만큼 기존 카드사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 사진=미디어펜


18일 금융위원회는 간편결제업체에 후불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전자금융업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간편결제업체에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간편결제업체가 1인당 100만원까지 후불결제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간편결제 시스템은 '선불 결제'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이용자가 먼저 현금을 충전해두면 충전 잔액에서 돈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체크카드 방식이었다. 현금 충전 한도 역시 한달 200만원으로 제한돼있다.

이에 간편결제업계에선 버스·지하철 등 교통수단에서 주로 사용되는 후불 결제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후불결제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에 금융당국 역시 업체들의 요청의 당위성을 인정하며 긍정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기존 금융사와 간편결제업계 간의 역차별 논란이다. 특히 간편결제업계와 즉각적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카드업계에선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지금까지 금융사는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을 확보해야 신용공여 기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간편결제업체 등록 허가 기준 자본금은 20억원에 불과하다.

기존 금융업계에선 간편결제업계에서 후불 결제 사업을 하려면 기존 금융사만큼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간편결제업계의 연체율 관리 역시 부작용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업 라이선스가 없는 간편결제업계에서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 없이 100만원 한도의 후불결제 시스템을 가동할 경우 연체율 관리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어 시장 혼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같은 규제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간편결제업계에 보다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간편결제업계는 여전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경품 제공, 할인, 캐시백, 포인트 적립 등 마케팅에서 카드사보다 자유로운 편"이라며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 카드산업의 위축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 역시 간편결제업체와 카드사 간 동일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간편결제업체의 후불 결제 서비스 확대와 함께 기존 카드사의 경영 악화가 구체화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와 함께 리스크 관리, 불공정한 경쟁 등 우려되는 부작용이 많아 후불 결제 서비스 시행 전 간편결제업체와 기존 금융사 간의 형평성 논란을 최소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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