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수리업과 비교 안 되는 방대한 사업성에 토건업계 열망
경험 전무한 상황 속 태국 고속도로 건설 수주하며 해외 시장 노크
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경제의 기둥이다. 건설업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궤를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마다의 성공 DNA장착한 국내 건설사들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본보에서는 건설 성공 DNA를 일깨운 주요 현장 및 사사(社史), 오너 일가 등의 스토리를 재조명해 시리즈로 소개한다.<편집자주>

[건설사 성공DNA②-현대건설(1)]현대자동차공업사 한켠서 시작…'20세기 최대의 역작' 완성

[미디어펜=홍샛별 기자]현대건설은 사업적 욕심이 남달랐던 故 정주영 회장이 토건업계에 대한 열망을 품으면서 1947년 5월 첫 발을 뗐다. 창립 20여년도 채 되지 않은 1965년 태국으로 진출해 거듭된 실패 속에서도 꿋꿋이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듬해인 1966년 세 번의 도전 끝에 총 공사비 522만달러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따내는 데 성공, 국내 최초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건설사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중대형 고급아파트를 선보이며 주거 명품 시대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단군이래 최대 재개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남3구역의 시공권을 거머쥐며 한강변 랜드마크 조성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현대자동차공업사 건물에서 건설 첫발

정주영 사장은 1946년 4월,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했다. 사업적 욕심이 남달랐던 정주영 사장은 자동차수리업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방대한 사업성을 지닌 토건업계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이는 북위 38선 이남에 주둔한 미군이 대량의 관계시설 공사를 긴급 발주하면서 자못 활기를 띠고 있었고, 처음에는 미군 발주 공사를 일부 업체들이 독점했지만, 감당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사 물량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1947년 5월 현대자동차공업사 건물에 간판을 내걸고 시작한 현대토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광화문의 당시 평화신문사 사옥에 사무실을 차리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대토건이 보유한 인력은 공업학교 교사 출신의 기술자 한 명과 기능공 10여 명이 전부였다. 토건업계 호황을 틈타 서울에만 3000여 개의 토건회사가 난립해 있던 상황 속에서도 현대토건은 설립 첫해인 1947년 한 해 동안에만 153만원의 계약고를 달성했다. 

정주영 사장은 낯선 분야에 뒤늦게 진출한 만큼 수주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차츰 기술력을 확보하고 신뢰를 쌓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토건업의 기반을 마련해나가는 데 주력한 결과 1948년 112만원, 1949년 200만원의 계약고를 올리며 성장의 발판을 다져나갔다. 

정부는 1949년 경제부흥 5개년계획을 수립,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실행을 준비하는 한편 미국의 경제 원조를 기반으로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건설 투자에 나섰다. 이로써 도로와 교량, 학교 등의 공공건축물, 농지와 수리시설 등에 대한 보수·건설공사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대토건은 1950년 1월 10일 현대자동차공업사를 합병하고, 현대건설주식회사를 출범시켰다. 발행주식 총수는 3만 주, 주당 액면가는 1000원으로 총자본금이 3000만원에 이르렀고, 정주영 사장 외 6명이 창립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 수주…해외시장 노크

현대건설은 1965년에 태국으로 눈을 돌려 방콕에 지점을 설치하고 임직원을 파견해 활발한 수주 활동을 펼쳤다. 첫 도전인 푸껫 교량공사에서 무려 50% 이상의 입찰 가격차를 보이며 고배(苦杯)를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1966년 세 번의 도전 끝에 총 공사비 522만달러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 단 한번도 고속도로를 건설해본 적이 없는 현대건설이 서독·일본 등 선진국의 내로라하는 29개 글로벌 건설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현장 모습 /사진=현대건설 제공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통해 환산 불가한 무형의 이익을 거뒀다. 최초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건설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당시 국내 건설업체로서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고속도로 건설 실적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현대건설이라는 이름을 해외시장에 알리는 첫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로 끌어올렸다. 

현대건설이 태국과 베트남에서 얻은 해외시장 진출의 결실 이후 1960년에 후반에는 서태평양과 북미 시장 진출로 이어졌으며, 1970년 중반 중동 건설 붐의 도화선을 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20세기 최대의 역작’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 글로벌 건설 발판

현대건설은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작’이라 불리는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건설시장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닫기 시작했다. 주베일산업항 공사에 소요된 모든 자재는 국내에서 제작해 해상으로 운송했으며, 수심 30m 파도에 흔들리면서 500t짜리 철구조물을 한계 오차 이내로 설치해 발주처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았다.

1980년대 중반, 홍콩주택청이 발주한 타이워 주택단지 공사를 수주하며 현대건설은 홍콩 진출의 첫 관문을 열었다. 이어 1800만 달러 규모의 칭이 주택단지 공사와 홍콩 건축부가 발주한 50층 규모 하버로드 정부 청사 건물의 외벽 공사를 수주해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밖에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우리나라 해외건설사에 길이 남을 낳은 공사를 수행하며 현대건설의 이름을 동남아시아 시장에 깊이 각인시켰다.

2005년에 완공한 사우스파4·5단계는 완공기준으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플랜트 수주 사상 단일 규모로는 최대(16억달러)이며, 공사 수행과정에서 숱한 기록을 남겼다. 현대건설의 우수 기술력과 철저한 공기 준수에 무한한 신뢰를 갖게 된 이란의 하타미 대통령은 “사우스파 전체가 완공될 때까지 현대건설은 절대 이란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이곳에 남아 나머지 공사도 모두 수행해 달라”며 눈시울을 붉힌 사실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06년 일본과 카타르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GTL-5) 공사를 공동 수주했다. GTL 설비 공사는 원유 정제시설보다 공정이 한 단계 더 추가된다. 첨단 기술력이 없으면 사업 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일본이나 유럽의 일부 업체가 독점으로 공사를 수행해 왔다. 카타르 수주는 국내 건설사로는 현대건설이 처음으로 해외 대규모 GTL 설비 시공에 도전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전체 8개의 패키지 중 핵심공정인 LPU(Liquid Processing Unit ·액화처리공정) 공사를 맡았다. 타 업체 대비 빠른 작업속도로 발주처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카타르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의 성공적인 준공은 국내 건설 산업의 질적 도약 및 기술 성장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그전까지 국내 건설 업체들은 수많은 해외 진출에도 불구하고 단순 시공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오곤 했다.

   
▲ 카타르 국립박물관 /사진=현대건설 제공


카타르에서 현대건설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에는 ‘카타르 국립박물관’을 준공하는 가 하면 현재는 ‘카타르 알마하 병원’과 ‘카타르 루사일 타워’, ‘카타르 알 부스탄 도로 확장공사’ 등 여러 공종의 해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경우 316개의 원형 패널이 뒤섞여 지붕을 이룬 기하학적인 형상으로 세계 건축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나마 신규 시장 진출…중남미 시장 입지 다져

올 1월 현대건설은 파나마 시티와 수도 서쪽을 연결하는 25㎞ 모노레일 건설공사인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를 공동수주 하며 파나마 신규시장에 첫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까지 현대건설의 해외 누적 수주고는 약 3조8000억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수주 입찰평가에서 기술, 상업, 금융 전 부문 세계 유수의 경쟁사를 제치고 최고점을 획득하며 1위를 차지했다. 토목사업 부문 경쟁력과 우수성을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건설은 해당 수주로 중남미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치열한 해외 수주 경쟁 속에서도 수익성 중심의 수주전략으로 양질의 프로젝트를 확보로 내실을 도모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공종의 해외공사 수주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현대건설은 앞으로도 본원적 경쟁력 제고를 통해 수주, 수행, 수익으로 이어지는 해외부문 선순환 구조 정착에 중점을 두고 글로벌 탑티어(Top-Tier)의 위상을 지속 제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조감도 /자료=현대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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