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사고’ 대한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과 경쟁사 간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특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국토부에 제출한 탄원서에 대해 국내 경쟁사오너가 공식석상에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LA Times 캠페인 사진)./사진=대한항공 제공

지난 5일 조 회장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제26차 한미재계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행정처분은 국토교통부가 하는 것”이라며, “IATA(국제항공운송협회)가 지난주 국토부에 ‘국가가 항공사를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것은 ‘내정간섭’이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재 IATA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인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고에 대한 강력한 처분을 요구하는 뜻으로 “악법도 법,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와 관련해 최근 “운항정지가 필요하다”며 강력한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사고로 45일 이상~135일 이내의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정지 처분을 받거나 혹은 7억5000만∼22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측은 과징금 수준의 행정처분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3개월간 운항정지 처분을 받으면 32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위험한 항공사’라는 낙인도 찍힌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2000년대 이후 국제 항공업계는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아닌 이상 운항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운항정지를 받은 항공사는 ‘위험한 항공사’라는 인식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경영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토부의 행정처분 결정을 기다리면서 과징금 처벌의 필요성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원칙’을 내세우며 운항정지 처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알짜노선에서 운항정지라는 중징계를 맞는다면 이는 곧 대한항공의 반사이익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번 조 회장의 발언 역시 깊은 속내가 겹쳐있다. 지난 6월 국토부가 배정하는 한·중 노선 배분 결과를 놓고 봐도 대한항공은 “깊은 유감”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하며 불편한 기색을 당국에 내비친 바 있다.

당시 형평성과 안전불감증을 들며 아시아나항공의 노선 배분 제외를 주장한 대한항공은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잦은 항공 사고에도 아시아나에 배분 자격을 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 당국은 과거 사고 항공사에 대해 운수권 배분 기회를 박탈하는 불이익을 준 바 있다”며 “그러나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일련의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아무런 제재 없이 운수권을 배분해 준 것은 항공안전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대한항공은 1997년 괌 추락사고 등으로 인해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4개 노선 주 99회의 국제선 신규 노선 면허와 증편에서 제외 됐으며, 1999년 런던에서 화물기 사고가 발생한 후 6개월 운항정지 및 1년 6개월간 신규노선 취항 및 증편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아픔을 겪었다. 당시 괌 추락사고의 반사이익으로 아시아나항공은 34개 노선 주 99회를 배분받은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측은 경쟁사의 입장에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한 관계자는 “국내경기도 어렵고 항공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이때 국내 항공사간 서로 반목하고 불화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 사고의 제재 수위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처분 내용을 이달 안으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강한 조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나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해외 43개 항공사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업계 차원의 선처 요구도 거세 이를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며 “심사숙고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양 항공사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의 결정에 따라 이들의 표정이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미디어펜=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