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와중에…부자 증세 논란·투자자 외면 제자리 찾는 주식시장에 찬물 우려
모든 주식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금융세제 개편안을 놓고 이중 과세, 부자 증세, 꼼수 증세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대주주·개미투자자 할 것 없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세제 개편안이 발표됐다. '공짜는 없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매긴다'는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 가야할 길이다. 문제는 형평성과 증세를 위한 보편성이 아닌 '부자 증세'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동안 손익을 따지지 않고 모든 주식 거래에 과세하는 현행 제도는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많았다. 선진국들과의 정책 괴리감도 있었다. 해서 거래세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양도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정부는 25일 소액주주 주식 양도세 비과세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주식 양도세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주식·채권·펀드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묶고 이에 과세하는 것은 시장의 흐름이자 세계적 추세다.

얼핏 공약의 실천이자 자본시장의 대의적 측면에 부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정부의 목표가 금융투자 활성화화 과세의 합리화보다는 '세수 증대'를 넘어 '부자 증세'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 나라가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부과하지 않는다. 미국은 1965년, 독일은 1991년, 일본도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다. 양도소득세만 부과 중이다. '양도차익 과세, 증권거래세 폐지'의 당위성을 우리 정부만 몰라서 차일피일 한 게 아니다. 문제는 세수다.

개미 투자 군단도 발끈했다. 증권거래세율을 인하하긴 했지만 폐지하지는 않았다. 거래세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총선 공약이었다. 거래세인하라는 임시처방에 양도소득세 부과책이 덮치면서 이중과세라는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 2023년 1월부터 대주주·개미투자자 할 것 없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세제 개편안이 발표됐다. '공짜는 없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매긴다'는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 가야할 길이다. 문제는 형평성과 증세를 위한 보편성이 아닌 '부자 증세'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사진은 홍암기 경제부총리 /사진=기재부 제공

지난 20년간 우리 정부는 대략 한 해 평균 6조원의 세금을 주식 시장에서 가져갔다. 그냥 가만 앉아만 있어도 때맞춰 뭉칫돈이 들어온다. 그걸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손을 봤다. 증권거래세라는 종자돈은 찔끔 손보면서 엉뚱하게 양도차익 과세를 건드렸다.

이제 주식 투자자들은 양도세에 거래세까지 이중과세를 감내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으로 95%는 세부담이 줄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역으로 이야기 하면 결국 95%의 투자자에게 깎아줄 증권거래세 0.1%포인트만큼의 세수를 상위 5%인 큰손에게서 벌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다. 세수는 늘어날 것이다. 주식 양도차익을 2000만원까지 기본공제한 뒤 나머지에만 20%(3억원 초과 땐 25%)의 세율을 적용하다 보니 600만 명 주식투자자의 95%인 570만 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조세정의에 위배된다. 있는 자에게로 향하는 칼날이 공정과 정의를 왜곡시키고 있다.

99%와 1%의 갈등에 기름을 부은 문재인 정부가 이젠 95%대 5%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95%의 세 부담을 줄어들게 한다는 선동은 대한민국 전체 경제 규모를 오독한 것에서 출발한다. 기업의 법인세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유리지갑 세수가 대부분인 대한민국이다. 누수세수의 규모는 가늠조차 안 된다. 

근본적인 처방 없는 금융세제 개편안은 결국 자본시장의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정책은 기존 시장마저 뒤흔든다. 세금이 10배 이상 급증하는 상황을 큰 손들은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은 정책보다 언제나 한 발 빨라 움직인다. 큰 손들이 빠져 나간 자리에는 개미들의 울음만 남는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양도세를 내는 주식 투자자들이 1만명에서 30만명으로 늘어나며, 세금은 2조1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동학 개미'로 주식시장의 봄이 왔다. 제로 금리와 부동산 규제로 앞으로 더욱 많은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거래세 규모가 1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라의 부는 결국 기업으로부터 창출된다. 증시가 활성화되면 기업들은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과 그에 맞는 투자를 한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법인세가 늘고 고용 창출이 이루어진다. 덤으로 소득세가 늘어난다. 선순환이다. 

이 정부의 정책은 기대와 달리 현실에서 거꾸로 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첫 단추부터 잘못된 정책의 오류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 고용은 뒷걸음질 치고 성장은 고꾸라졌다. 부동산은 산으로 가고 있다. 청년 분노에 불 지른 인천공항공사 사태는 현 정부의 정책 현실이다. 

이념이 지배한 시장은 순기능을 상실한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건전성은 선을 넘었다.혹여 증시 과세 선진화라고 요란하게 외치며 내놓은 정책이 꼼수 증세를 위한 방편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부터 해소해야 한다. 아무리 조급증이 나더라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이중 과세와 꼼수 증세 사이에서 정부가 답해야 할 때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