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 검찰측 증거관계·법리 문제삼아…기소 강행해도 혐의 입증은 '첩첩산중'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 대해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위원수 10 대 3의 압도적인 격차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결정하자 지금껏 삼성 수사에 여념이던 검찰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사전에 무작위로 추첨된 심의위원에는 자본시장법 전문가 등 학계인사 4명과 변호사 4명, 회계사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들은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 혐의에 적용한 증거관계와 법리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원 다수가 삼성측 손을 들어준 것은 검찰의 예상 밖이다. 검찰 내외 법조계는 한쪽으로 쏠린 이번 불기소 권고로 검찰의 기소여부 결정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기소 여부와 관련해 법조계는 수사 지휘라인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보다 '탄핵농단 사건' 박영수 특검 및 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삼성측과 악연이 깊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단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여 불기소할 경우 지난 1년 8개월간 매진해온 수사의 정당성을 잃은 검찰의 입지가 위축될 것이라는 해석과,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해도 혐의 입증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현직 검사는 29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수사심의위 불기소 의견은 권고적 효력 밖에 없어 결국 기소로 갈 수밖에 없다"며 "(검찰)조직 내부적으로는 내놓을 결론(불구속 기소)이 뻔한데 부질없는 짓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이재용 사건의 실질적인 주임검사는 (윤석열) 총장"이라며 "더욱이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 부장검사 등 이재용 사건을 다루는 검사들은 특수통 계보를 잇는, 일종의 '윤석열 라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 부장검사는 전형적인 검사, 검찰주의자라는 평도 크다"며 "일반적으로 검찰이 구속영장 쳤다가 기각된 후 (수사심의위 권고와 무관하게) 불기소 처분하면 사무감사의 중대과오 지적사항으로 심하면 징계까지 받는다. 수사팀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이날 본지 취재에 "변수는 지금까지 8차례 수사심의위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던 검찰 전례를 윤 총장이 따를 것이냐 여부"라며 "문재인정부 들어 정착한 수사심의위 제도의 취지를 위해서라도 윤 총장이 검찰주의자라는 세간의 평을 버리고 전향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불구속 기소를 강행해도 혐의 입증에는 첩첩산중"이라며 "오는 8월부터 검찰측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라 이것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 진행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재용 사건은 전문가들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기적 부정거래'의 일종을 입증하는 일"이라며 "특히 자본시장법 위반이나 시세 조종 등 혐의는 굉장히 전문적이라 검찰측에서 혐의 입증을 자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은 지난 26일 수사심의위 권고에 대해 "지금까지의 수사결과와 심의위 심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짧은 입장만을 남겼다.

검찰이 삼성 사건과 관련해 일단 공소장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있지만, 윤 총장의 최종 결단이 어느 쪽을 향할지 주목된다. 검찰의 기소 여부는 빨라야 1주일 내지 2주 가까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