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엔저효과의 직격탄과 연이은 주가 하락세 등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동안 다져온 저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는 6일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을 확정하고 현대·기아차의 평균연비를 2020년까지 현재보다 25%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목표 달성으로 최고수준의 연비 경쟁력 확보는 물론, 2020년 기준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연비규제를 여유 있게 선제 대응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입장이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연비과장으로 인한 소비자 집단소송 보상(4억6500만 달러, 약 4900억 원)에 이어 미국 정부에 1억 달러(약 1070억 원)의 벌금을 물은 바 있다.

또 현대차는 신차 LF쏘나타의 판매 부진 등으로 내수시장 점유율을 수입차에 계속 내주는 가운데 한전 부지 고가 매입 논란을 일으켜 외국인 등 투자자들의 집중 매도 대상이 됐다.

게다가 최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로 인해 원·엔 환율이 6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져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는 등 '설상가상'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과련해 지난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기업들이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요타 같은 일본 업체들이 딜러들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제 값 받기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 업체들과 달리 현대차는 미국에서 인센티브 제공금액을 되레 줄이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전적으로 딜러들의 판매에 맞기고 있는 현대차가 인센티브를 늘리면 차량이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대차가 제값 받기를 하고 있는 것은 외형적인 확장을 위해 손해를 보는 것보다 내실을 기하고 좀 더 탄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다.

업계는 현대차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내실을 기하고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평가다.

지난 7월 정몽구 회장은 상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는 자리에서 최근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 가속화, 신흥시장 침체, 저 환율 등 3대 위협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우리의 실력을 키워야 이들 위협요인을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하며 “글로벌 생산 규모에 걸맞은 품질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인 만큼 제품 개발·설계 단계부터 품질 점검에 주력하고, 품질 교육을 확대 운영할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또 “현지 소비자에 특화된 제품 개발 및 고객 중심의 서비스, 마케팅 전략 수립에 주력해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시장 재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와의 소통과 협력 확대를 통해 부품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지역별 판매 네트워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정몽구 회장의 뜻을 이은 현대차는 ‘차세대 파워트레인 TFT’ 등을 중심으로 단계별 연비 향상 목표와 실행방안을 수립했다.

또한 현대차는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과 관련, 현재 보유중인 10종의 엔진 라인업 중 70%를 차세대 엔진으로 대체한다.

이를 위해 신규 가솔린 엔진과 터보엔진을 개발해 기종수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누우엔진(중형)과 카파엔진(소형)의 개선 모델을 선보여 가솔린 엔진의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R엔진 등을 대체할 신형 엔진도 등장한다.

엔진의 라인업 강화와 함께 차량 연비 향상의 핵심 요소인 변속기 효율 개선 및 다단화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기존 전륜6단, 후륜8단 변속기의 전달효율을 개선하고, 현재 8단이 최대인 후륜 변속기도 다단화로 변속기 기종도 확대한다.

현대차는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의 달성으로 최고수준의 연비 경쟁력 확보는 물론, 2020년 기준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연비규제를 여유 있게 선제 대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고효율 차량 라인업을 강화해 연비 경쟁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2020년 연비규제는 18.8km/ℓ 수준인데 평균연비를 25% 개선하고 친환경차가 대거 출시되면 연비 우위를 더욱 확실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미디어펜=김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