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복합할부 적정 수수료율로 인해 벌어진 현대자동차와 국민카드간의 갈등에 금융당국이 나서면서 자동차업계 관계자들과 카드업계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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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권고에도 현대차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인하 요구를 굽히지 않자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할부금융시장 점유율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할부금융에도 '방카슈랑스 25%룰' 적용을 검토하면서 현대차와 재계에서는 당국 간섭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룰은 은행 창구에서는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못 팔게 하는 규정으로 은행이 계열 보험사를 밀어주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이를 현대차에 적용하면 할부금융 점유율 65%의 계열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의 점유율을 최소 40%포인트나 낮춰야 한다.
더구나 자동차 금융은 차 판매와 직결돼 있다. 차량 구매고객 대부분이 현금으로 살 여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캐피탈의 점유율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당국이 현대차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초 현대차는 복합할부 폐지를 요구해 왔지만 금융당국이 상품 유지를 결정하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가맹점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KB국민카드에 수수료율을 1.8%에서 0.7%로 대폭 낮춰줄 것을 요구하며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차는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국민카드는 적격비용 밑으로 수수료율을 인하할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현대차와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국민카드는 지난달 말 가맹점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이달 10일까지 계약을 연장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차가 국민카드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게 될 경우 다른 카드사들의 가맹점 계약도 연쇄적으로 해지될 것"이라며 "결국 현대차를 사는 방법이 할부 밖에 남지 않게 돼 현대캐피탈의 독점이 심화되면 당국 입장에선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해외에서 국내 캐피탈사와 상품을 만들어 팔 때 25%룰과 비슷한 규제를 당하면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느냐"며 "통상 마찰이 생길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만큼 (복합할부를 중재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도 강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현대차로서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재에 나서야 할 금융당국이 협상 시한이 임박하자 카드업계의 편에서 합의를 강요하며 압박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처사는 실현 가능성을 떠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현재 GM대우(아주캐피탈), 르노삼성(RCI) 등 다른 국내 완성차들도 파이낸싱 업체를 통해 할부금융을 대부분 취급하고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엔 자사 할부금융을 100% 가까이 독점하고 있는 데도 현대캐피탈의 독과점만을 문제 삼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
이에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국이 한 쪽 편에 서서 끼어들면 정상적인 협상이 가능하겠느냐"며 "카드사들이 큰 리스크 없이 높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복합할부금융 제도의 기형적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소리를 높였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때문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지출이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에서 수수료율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 가맹점과 카드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당국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