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기본소득’ 포퓰리즘, 정부는 성과관리 ‘나 몰라라’
   
▲ 윤광원 세종취재본부장/부국장대우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세수는 부진한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등 3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재정 지출이 급증하면서 나라살림 적자가 역대 최대에 달했다.

기획재정부가 7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5월 총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7조 7000억원 줄고 총지출은 24조 5000억원 늘어, 그만큼 재정적자가 불어났다.

특히 5월 국세 수입은 17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5월보다 12조 6000억원 급감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얼어붙어 세수가 부진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어려운 피해업체들과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세금 납기 연장, 법인세 납부시기 변동, 종합부동산세 분납기한 변경 등 일시적인 요인이 겹친 탓이다.

반면 2차 추경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집행되면서 5월 총지출은 49조 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조 5000억원 증가했고, 1∼5월 총지출은 259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 5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1∼5월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61조 30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적자가 42조 2000억원 불어났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누계는 1∼5월 77조 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 작년 1~5월보다 41조 4000억원이나 늘었다.

불과 1년 사이 재정적자가 53%나 급증한 셈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들어 매달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누계 기준 1월 1조 7000억원, 2월 30조 9000억원, 3월 55조 3000억원, 4월 56조 6000억원, 5월 77조 9000억원, 모두 지난 2011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에 따라 5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764조 2000억원으로 4월 말 대비 17조 9000억원 증가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국고채 잔액 증가(16조 5000억원), 국민주택채권 잔액 증가(1조 2000억원) 등의 영향이다.

최근 통과된 3차 추경지출이 본격화되면, 재정적자와 나라 빚은 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현재 45%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넘게 된다.

국제적 기준으로 ‘위험수위’인 60%에 근접하는 셈이다.

   
▲ 여야 정치권은 '기본소득' 포퓰리즘에만 골몰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에선 ‘현금 살포’ 포퓰리즘에만 골몰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이 가용 재원을 박박 긁어모아 지급한 재난기본소득, 중앙정부가 추경 편성으로 전 국민에게 나눠준 긴급재난지원금의 위력을 확인한 탓이다.

그래서 나온 게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 도입 주장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보수 야당도 김종인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도입에 찬성하고, 이미 통합당과 국민의 당은 관련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문제는 재원이며, 그럴 경우 파탄 나는 재정건전성은 어찌할 것인가다.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오는 206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비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최근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내놓은 ‘기본소득제도 쟁점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올해 약 186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

월 30만원은 기본소득을 옹호하는 민간정책연구기관 ‘LAB2050’에서 제시한 안으로 최저생계비의 최소 수준에 해당한다.

이럴 경우, 기본소득을 제외한 기존 복지지출은 올해 130조원이 된다. 기본소득이 그 외 모든 복지지출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아지는 것이다.

기본소득과 기존 복지지출을 합친 전체 사회복지지출 규모는 316조원으로, GDP의 16.4%에 해당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기본소득과 전체 복지지출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2030년에 1인당 기본소득이 38만원, 총지급액은 237조원으로 증가하고 기존 복지지출 212조원을 합친 총 사회복지지출은 449조원으로 GDP 대비 비율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1를 초과한 22.3%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더욱이 2060년에는 1인당 기본소득이 월 77만 5000원에 달하고, 총 지급액은 398조원으로 2020년의 2배 이상이 되며, 사회복지지출 총액은 1313조원으로 GDP 전망치의 57.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필헌 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결과를 놓고 보면, 현재 논의되는 수준의 기본소득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고령화와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지출 규모도 그렇지만, 쏟아 부은 재정자금의 ‘성과관리’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재정혁신의 방향으로 지출혁신, 세입기반 확충, 재정관리의 혁신성 제고 등을 들었는데, 지출혁신은 기재부 주관의 재정사업심층평가와 핵심사업평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즉 정부는 사업평가를 통해 지출혁신을 추진한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활동의 성과관리체계 평가’ 보고서에서 “사업평가의 시행만으로는 지출혁신을 달성하기 어려우며, 평가결과가 계획-집행-평가-환류로 순환되는 성과관리체계에 반영될 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현행 ‘재정활동의 성과관리체계’는 전체 예산이 아닌 재정사업으로 한정돼, 예산총액 대비 24.5%에 대해서만 평가 및 성과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 혈세로 편성된 예산의 4분의 1만 제대로 성과평가와 관리가 이뤄지고, 나머지는 어디서 어떻게 쓰였는지 모르게 ‘주먹구구’ 식으로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재정활동의 성과관리체계가 재정사업과 정책사업으로 분리돼 개별적으로 구축됨에 따라 성과관리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대오각성'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재정은 한 번 바닥이 나면 건전성을 회복하기가 너무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과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이같은 사실을 웅변해 주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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