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오랜 암흑기를 벗어나 예전 왕조 시대를 구가하던 강팀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슬금슬금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4위까지 올라갔다.

삼성은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경기에서 13-2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 승리로 삼성은 30승 25패, 승률 0.545를 기록하며 4위에 자리했다.

   
▲ 사진=삼성 라이온즈


삼성의 4위는 실로 오랜만이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황금기를 구가하던 때와 비교하면 매우 부족한 순위지만, 지난 4년간 암흑기에 빠져 하위권에서 허덕이던 시기를 감안하면 놀랄 만한 호성적이기도 하다.

시즌 개막 초반 순위 자체의 의미가 크지 않을 때를 빼고, 시즌 2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삼성이 4위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2015년 이후 4년만이다.

물론 4위라고는 해도 5위 LG 트윈스와 0.5게임, 6위 KIA 타이거즈와 1게임 차에 불과하다. 한두 경기 패하면 다시 순위는 하락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삼성의 순위 상승을 일시적으로 볼 수는 없다. 삼성은 시즌 개막 첫 달이었던 5월에는 10승 14패(0.417)로 승률이 5할에 못미치며 8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6월 15승 10패(0.600)로 반등에 성공하더니 7월에는 5승 1패로 점점 승률이 높아졌다.

삼성이 시즌 전 구상했던 전력을 100%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팀 전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선수의 경우 3명 가운데 2명이나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타자 살라디노는 허리 통증으로, 투수 라이블리는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빠져 있다.

불완전한 전력에도 삼성이 호성적을 내고 있는 힘은 젊은 신예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파이팅을 보이며 팀 분위기를 바꿔놓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돌아온 끝판왕' 오승환이 팀의 정신적 지주 노릇을 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 삼성의 암흑기 탈출 1등공신으로 허삼영 감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초보 사령탑으로서 시행착오를 짧게 끝내고 신개념 지도력으로 삼성 왕조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허 감독이다.

   
▲ 사진=삼성 라이온즈


스타 선수 출신도 아니고, 코치 경력도 없는 허삼영 감독은 구단에서 오랜 기간 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이런 독특한 이력으로 허 감독이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허 감독은 적재적소의 선수 기용과 데이터에 기반한 장기적 관점의 선수단 관리, 경기 흐름을 읽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삼성을 서서히 강팀으로 변모시켜 나가고 있다. 삼성 팬들이 '허파고'란 별명을 괜히 붙여준 것이 아니다. 허 감독이 편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깔아준 판에서 선수들이 신바람 나는 플레이를 펼친 결과가 순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의 앞으로 행보가 더 주목되는 것은 전력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 살라디노의 복귀가 임박했고, 라이블리도 이달 하순에는 복귀할 전망이다. 불펜의 핵 최지광도 조만간 합류한다. 8월에는 상무에서 전역하는 심창민도 돌아올 예정이다.

지난 4년간 가을야구 할 때만 되면 소외감을 느꼈던 삼성 팬들이 올 시즌에는 뜨거운 시선으로 응원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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