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512억 부과 '단통법 이후 최대'…SKT>KT>LGU+순
이통사 판매 지원 축소되면 유통점 다시 침체기로
갤노트20·갤폴드2 출시 삼성도 간접 영향 우려
   
▲ /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5G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확보를 위해 '공짜폰 대란'을 일으키는 등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위반한 이동통신 3사에 과징금 512억원을 부과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과징금 규모로는 '최대'다. 통신업계는 이번 제재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이통사·제조사·유통점에 도미노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 의결로 SK텔레콤에 223억원, KT에 154억원, LG유플러스에 135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고 밝혔다. 

방통위 조사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이통3사가 갤럭시S10, LG V50 씽큐 등 5G 스마트폰에 불법보조금을 살포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119개 유통점에 공시지원금보다 평균 24만6000원 높은 차별적 장려금을 지급했다. 초과지원금은 현금 지급, 해지위약금 대납, 할부금 대납 뿐 아니라 사은품 지급이나 카드사 제휴할인 등의 방식도 활용됐다. 

또 신규 가입자보다는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에 대해 22만2000원을 더 지급하고 저가요금제에 비해 고가요금제에 29만2000원을 초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당초 예상(700억~800억원)을 밑돌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다. 단통법 시행 후 종전 최대 과징금은 2018년 이통3사에 부과한 506억3900만원이었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조사 이후 이통3사가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한 점,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 자발적으로 재발방지 조치를 취한 점, 유통점에 운영자금, 생존자금 등 7100억원 지원을 약속한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 감경비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제재에 따라 이통사를 시작으로 제조사, 대리점·판매점으로 도미노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탓에 오프라인 대리점의 내방객은 급격하게 줄었다. 또 각 통신사는 매번 새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유명인들을 초대한 대대적인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유튜브 생중계 등으로 대체하며 갤럭시S20 시리즈 등 단말기 주목도도 줄었다. 개학 특수까지 누리지 못하며 이통사들은 올해 하반기 마케팅 비용을 상반기보다 늘려 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지만 이번 제재로 소극적인 마케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통3사가 제재에 따라 대리점·판매점의 판매 지원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공시지원금 등 이통사가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면 그만큼 단말기 판매에도 한계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휴대폰 판매가 부진했다가 5월 사회적 거리두기 전환 이후 잠시 숨통이 트였다"며 "불법보조금 제재가 내려지면서 올해 하반기 프리미엄폰이 출시되기 까지 단말기 유통 시장은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통사의 판매 지원 축소로 매장 수익이 떨어지면 이통사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이통사도 투자할 돈이 한정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 갤럭시노트20, 갤럭시 폴드2, 갤럭시Z플립 5G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도 난감한 처지다. 앞서 올해 상반기 갤럭시S20의 시리즈 판매량이 전작의 60~80% 수준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 프리미엄폰의 출시일을 앞당겼지만 축소된 지원 때문에 내방객이 다시 감소할 경우 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5G 단말기 가입자 수 증가세도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5G 가입자 증가세는 둔화 추세로 올해 1000만 가입자 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로 5G 기지국 설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진짜 5G' 시대 개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간 5G 선점 경쟁이 치열한데 시장 위축으로 한국의 5G 리더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시장은 '돈 넣고 돈 갖는' 구조인데 지원이 줄어들면 가입자는 저절로 줄어들 것"이라며 "한국이 5G를 주도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 때문에 5G 단말기의 빠른 보급, 가입자 확대를 목표로 업계가 의욕을 갖았던 건 사실이지만 매번 통신사만 겨냥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라고 호소했다. 

황동현 한성대 교수는 "단통법의 가장 큰 취지는 비차별이다. 장기적으로는 단통법에 유럽, 중국처럼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제조사·이통사·대리점간 복잡하게 얽힌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그동안 자급제 활성화 방안이나 분리상한제를 업무추진계획에 넣기도 했지만 이행방안 점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꾸준하게 이 같은 계획을 시장에 얘기하고 소비자나 업계의 지원 사격을 받으며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경기장 규모를 자꾸 줄이려 하면 선수들은 더욱 경기를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