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홈런을 흔히 '야구의 꽃'이라고 한다. 홈런 한 방으로 승부가 끝나기도 하고, 홈런 한 방이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살려내기도 한다.

8일 경기에서 특히 홈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름 의미있는 홈런들이 각 구장에서 터져나왔고, 결정적인 홈런을 친 팀들이 승리를 낚아챘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김현수(LG 트윈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이현석(SK 와이번스)이 쏘아올린 홈런포가 특히 그랬다.

이정후는 이날 고척돔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4번타자로 나섰다. 팀 간판 거포 박병호에게 휴식을 주는 차원에서 선발 제외하고, 어느새 팀의 핵심타자가 된 이정후에게 4번타자 중책이 주어진 것이다.

이정후의 홈런은 7회말 터져나왔다. 4-6으로 키움이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3점포를 터뜨렸다. 단번에 7-6으로 뒤집는 역전 홈런이었다. 이후 경기는 스코어 변동 없이 키움의 승리로 끝났고, 이정후의 홈런은 역전 결승타가 됐다. 이정후는 시즌 9호 홈런을 기록, 데뷔 후 처음 두자릿수 홈런을 바라보며 장타력도 갖춘 리그 최고 타자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 경기에서 이정후 외에도 삼성 강민호(4회 3점포), 이원석(5회 2점포), 그리고 4회부터 교체 출전한 박병호의 홈런(6회 3점포)도 있었다. 0-6으로 끌려가던 키움에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박병호의 홈런도 값졌지만, 그래도 역전타가 된 이정후의 홈런이 가장 빛났고 인상적이었다.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후, 김현수, 이현석, 이대호. /사진=각 구단


김현수는 두산 베어스와 잠실 경기에서 홈런을 두 방이나 작렬시켰다. 4회와 9회 투런포를 잇따라 터뜨렸다. 4회 홈런은 4-1에서 6-1로, 9회 홈런은 6-3에서 8-3으로 점수 차를 벌리는 홈런이었다. 두 방의 홈런이 모두 두산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으며 LG의 8-5 승리에 큰 힘을 보태 영양가가 높았다.

LG는 이번 시즌에도 잠실 라이벌 두산전에서 맥을 못추고 있었다. 5월 5일 개막전 8-2 승리 후 내리 6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김현수의 호쾌한 홈런 두 방이 두산전 6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아울러 김현수는 2홈런 4타점으로 6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과 개인통산 1000타점도 달성했다.

롯데 간판 이대호는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3회초 솔로포를 날렸다. 앞서 1회초 적시 안타로 선제 타점을 올렸던 이대호는 3회초 홈런포로 3-0 리드를 4-0으로 점수 차를 벌려놓았다. 이후 롯데는 7회초 전준우의 쐐기 투런포를 더해 6-2로 한화를 물리치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이대호의 이 홈런은 시즌 10호였다. 일본과 미국에서의 해외리그 활동 포함 17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이자, KBO리그만 따지면 12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 대기록을 세운 의미 있는 홈런이었다.

이현석은 NC 다이노스와 인천 홈경기에서 2회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SK는 이날 1회 오준혁의 솔로포와 2회 이현석의 투런포로 뽑은 3점을 끝까지 잘 지켜 NC에 힘겹게나마 3-2 승리를 따냈다.

개인적으로도, SK에게도 값진 홈런이었다. 이현석의 홈런은 개인 통산 2호였다. 신인이던 2015년 1개의 홈런을 친 이후 5년만에 맛본 1군 홈런이었다.

포수 자원에 큰 구멍이 생긴 SK에게 이현석의 홈런은 반갑기만 하다. SK는 주전포수 이재원이 개막 시리즈에서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해 장기간 이탈해 있었고, 최근 복귀했지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다시 등록 말소됐다. 이흥련마저 최근 가슴쪽 근육파열 부상으로 이탈해 이현석이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1군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현석은 모처럼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가운데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홈런까지 날려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앞으로 더욱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스토리가 있는 홈런들. 무관중 속 조용히 치러지고 있는 2020시즌 프로야구에 그나마 활력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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