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 조 단위의 어닝쇼크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고강도 개혁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권오갑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달 임원 30% 감축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데 이어 성과위주의 연봉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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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4일 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오른쪽)과 정병모 노조위원장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마련한 사내 임직원 기증품 판매전에 나란히 참석,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의 이번 연봉제 전환은 지난달 강도 높은 임원 감축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에 이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영업본부 통합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에 이은 개혁 작업의 일환이다.
이번 임금체계의 특징은 성과 차등폭을 늘려 ±35%까지 차이를 둔 것.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협력과 화합 중심의 조직문화를 위해 개인평가에 따른 일부 차등만 주어 왔지만, 이번 연봉제 시행은 조직 및 개인 평가에 따라 실질적인 차이가 나도록 변경함으로써 능력있는 직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대중공업은 기획실, 인사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영업이익, 수주, 매출, 안전 등을 평가지표로 하는 사업본부별 평가기준을 새롭게 마련했으며, 각 사업본부에서 단기성과에만 급급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3~5년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장기성과급여를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연봉제 도입으로 개인 및 조직 평가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만큼 과거보다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져 조직에도 더 큰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부터 전체 직원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임원 및 과장급 이상 직원을 우선 실시하고, 내년에는 전 직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직원에 대한 차등폭은 ±30%(최대 60%)로 임원과는 10% 차등을 두기로 했다. 이번 연봉제는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도 함께 도입되며, 향후 전 계열사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1037억원, 3분기 1조9346억원의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내는 등 올 해 누적 적자가 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해 기준 연간 급여 총액은 1조9704억8270만원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특정 사업본부가 적자가 나도 그해 다른 사업본부에서 흑자를 내면 똑같이 성과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임금체계는 철저하게 본부별 성과에 근거해 성과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본부별 경쟁체제가 도입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조직개편 이후 제도개선팀을 사장 직속으로 설치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 왔는데, 많은 직원들이 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등 성과지급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며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아래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조선 3사의 임금·단체협상이 합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강성노조 집행부가 들어선 만큼 역대 최고수준의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는데다가 통상임금 확대 협상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19년째 이어진 무파업 행진이 올해로 끝날지 여부도 관심사다.
사측으로서는 실적 급락으로 인해 노조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 이상 큰 틀의 양보안이 나올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7일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잠정합의안이 통과됐다면 노조측과의 교섭을 원만히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있었으나 부결되면서 사측의 희망이 깨졌다.
노사 양측 모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자칫 현재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미디어펜=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