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거래에서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하도급법에 ‘구멍’이 뚫려있어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하게 하도급 단가 인하하고, 이미 지급한 하도급 대금 1억3500만원 환수한 포스텍에 대해 시정명령(1억3500만원 지급명령 포함)과 함께 3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포스텍이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를 대폭 깎은 배경에 STX조선해양으로부터 심한 단가 인하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했지만, 정작 STX해양조선를 상대로는 아무런 조사도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포스텍은 STX그룹의 지주회사였으나, 경영악화로 인해 채권단의 자율경영 체제에 들어갔다가 워크아웃으로 전환한 뒤 STX 조선해양에 경영권을 위탁된 상태. 현재는 STX조선해양 등 조선소들로부터 엔진룸 등을 제조 위탁받아 사내임가공업체와 계약을 통해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경 포스텍은 부산 소재 사업장에서 발주자의 단가인하 요구, 제조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선박블록을 제조하는 A사를 포함한 5개 수급사업자에게 10%씩 동일한 비율로 단가를 인하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일한 비율을 적용해 하도급단가를 인하한 것으로 하도급법 제4조에 위반되는 행위다.

부당 감액행위도 적발됐다. 포스텍은 2011년 1월 경 발주자로부터 단가 조정 요청을 받자, B사를 포함한 9개 수급 사업자에게 이미 작업을 완료해 지급한 하도급 대금을 감액, 2011년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총 7900만 원을 회수했다. 이는 일방적으로 수급 사업자에게 전가한 행위로, 하도급법 제11조에 위반되는 행위다.

이런 이유로 STX조선해양 대신 포스텍이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과징금 3900만원을 물게 됐다. 이는 현행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의 범위는 중소기업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포스텍의 납품단가 인하 계기가 된 발주자 STX조선해양에게는 어떠한 처벌도 가해지지 않았다.

STX조선해양과 포스텍 간 위탁거래는 대기업 간 ‘상호 합의’에 따른 것으로 간주돼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관계자는 “STX해양조선의 단가 인하 압박으로 포스텍이 협력사에 단가를 낮췄다고 볼 정황은 충분했지만 이를 문제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털어놨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도급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수급사업자 조건을 확대하는 쪽으로 하도급법의 맹점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자와의 단가조정, 경영 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수급 사업자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대금을 인하하거나 감액하는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미디어펜=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