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용까지 합하면 억대의 금액 필요...그야말로 쩐의 전쟁
"정치인의 최대 무기는 존재감" 체급 상승 위한 최고의 방법
[미디어펜=조성완 기자]흔히 선거는 ‘쩐의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도 결국 선거이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 ‘억’ 소리 나는 비용을 사용하면서까지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이유는 결국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의 본경선 기탁금은 당대표 8000만원, 최고위원 3000만원이다. 예비경선의 기탁금은 500만원이다. 지난 2018년 전당대회와 비교하면 예비경선 비용은 동일한 반면 본경선 당대표‧최고위원 기탁금은 1000만원씩 내렸다.

여기에 문자메시지 발송, 조직 관리, 선거운동 등에 사용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기본 억대의 금액이 소요된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과는 달리 전당대회 기탁금은 반환이 되지 않는다.

   
▲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한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가 지난 26일 강원도 춘천 세종호텔에서 열린 당대표ㆍ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정치자금법상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는 경선기간 총 1억 5000만원까지 별도 계좌로 후원을 받을 수 있다. 

현역 국회의원은 개인 후원계좌도 갖고 있어서 쌍끌이로 모금을 할 수 있다. 경선 후원계좌 한도액이 다 찼으면 개인 후원모금액을 경선 계좌로 이체해 쓸 수 있다. 반면 원외인사는 전당대회를 치르는데 모을 수 있는 금액이 공식적으로 1억 5000만원 뿐이라 개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도 존재한다. 지난 24일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당 대변인을 지냈던 재선의 이재정 의원이 탈락하고, 초선의 양향자 의원이 본선에 올랐다. 당규에 따라 최고위원 한 자리는 여성 몫으로 채워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 의원의 경쟁상대는 사실상 양 의원이었다는 점에서 이 의원의 내상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금전적‧정치적 부담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결국 ‘체급 상승’ 때문이다. 

당 지도부를 지낸 한 의원은 2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치인은 결국 존재감이 최대의 무기다. 존재감이 커질수록 말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감도 더 커지게 된다”면서 “당 지도부는 본인의 존재감을 알릴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정치인이라면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들이 지난 26일 강원도 춘천 세종호텔에서 열린 당대표ㆍ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지역별 순회합동연설을 통해 전국의 당원에 정견을 발표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이를 통해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도 있다. 단숨에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에 도전한 박주민 후보와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던진 염태영 후보가 대표적이다.

특히 박 후보의 경우 이낙연, 김부겸 후보의 양자대결을 뚫고 당대표에 선출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다만 내년 4월에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내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김부겸 후보와 경쟁을 펼치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존재감을 알렸다. 만약 대권주자 한 명을 꺾고 2위를 할 경우 서울시장 후보로 당당하게 ‘체급’을 올릴 수 있다.

염태영 후보는 3선의 수원시장이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는 이미 정점을 찍은 만큼 다음 단계 도전을 위한 발판이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될 경우 향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광역자치단체장 출마 등 다양한 선택지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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