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아던 총리,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실망 표현…다음 조치 필요”
한국대사관 직원 참고인 조사 요구에 외교부 “대신 조사해 답변” 역제안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실망을 표했다는 뉴질랜드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뉴질랜드 인터넷 매체 스터프는 30일(현지시간) 아던 총리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총리는 한국정부가 이 사안에 대한 경찰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특권면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점에 실망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던 총리의 대변인은 “뉴질랜드는 모든 외교관이 주재국의 법률을 준수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를 기대한다”며 “이제 한국정부가 다음 조치를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뉴질랜드 방송(뉴스허브)이 지난 2020년 7월 25일 심층 보도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 /뉴스허브 캡처

2017년 말 주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한국 외교관 A씨는 현지 남성직원을 세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올해 2월 뉴질랜드 법원은 A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나 현재 아시아 주요 공관 총영사로 일하고 있다. 이 사건은 25일 뉴질랜드 현지 언론이 보도하면서 알려졌고, 28일 양국 정상 통화에서까지 언급됐다. 

현재 뉴질랜드 외교 당국은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A씨와 함께 근무했던 한국대사관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2017년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자료도 함께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외교부는 외교관 면책특권에 따라 주재국 사법 절차상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다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외교관들인 만큼 현지 사법당국 수사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뉴질랜드 경찰측이 궁금한 점을 보내오면 대사관 직원들의 답변을 받아 보내주겠다고 역제안했으나 뉴질랜드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30일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서 해결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정확한 사실확인이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외교 관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방안을 같이 찾아서 수사가 이뤄지는 쪽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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