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정 하차 택시 불빛 상부보고 없었고 배수로 장애물 노후 경계실패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탈북했다 3년만에 다시 월북한 김모(24)씨의 행적이 군 감시장비에 총 7차례 포착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당초 지난 16일 새벽2시 택시에서 내리던 김씨의 모습이 연미정 소초 위병소 CCTV에 찍혔고, 당시 민통선 근무자가 택시 불빛을 육안으로 식별했으나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배수로 장애물이 노후됐으나 이를 보강하지 않은 점 등이 경계 실패의 원인이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인천 강화도 월미곳에서 발생한 탈북민 월북 사건에 대한 검열 결과에 따라 해병대 사령관과 수도군단장을 엄중 경고하고, 해병 2사단장을 보직 해임하는 등 관련자를 징계위에 회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18일 오전 2시18분쯤 택시를 타고 월미곳 연미정 인근에 하차했다. 당시 하차 지점에서 약 200m 떨어진 민통선 초소 근무자가 택시 불빛을 봤지만, 이를 확인하거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김씨는 같은 날 2시34분쯤 월미곳의 정자인 ‘연미정’ 인근 배수로로 이동해 2시46분쯤 한강으로 입수했다. 배수로 통과에 불과 약 12분이 걸린 것이다.

김씨가 연미정 소초 인근에서 한강 입수 후 북한 땅에 도달하는 과정은 우리 군 감시장비에 총 7차례 포착됐다. 김씨가 한강에 입수해 수영으로 오전 4시쯤 북한 지역에 도착하기까지 군의 근거리 및 중거리 감시카메라 5차례 찍혔다. 또 4시쯤 강에서 나와 북한 땅에 도착한 장면, 4시40분쯤 북한 지역인 개풍군 일대를 걸어가는 모습 등 두 차례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됐다.

합참은 감시장비 포착에도 이를 확인하지 못 한 이유와 관련, 초기 상황을 인지하는 데 실패해 이후 상황은 군 감시장비에서 식별이 어려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
또 합참 측은 지침상 배수로 내부를 하루 두 차례 순찰해야 하지만, 이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함참 관계자는 “(배수로 위) 철책 위주로 순찰을 돌아서 (배수로 내부) 순찰을 못했다고 한다”며 “배수로에 고정 장애물이 있다고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수로 내부 장애물도 노후화한 상태였다. 배수로 내부에는 세로로 된 철근들과 윤형(바퀴모양) 철조망 등 이중으로 장애물이 있지만 하지만, 장애물이 낡아 사람이 통과하는 게 가능했다. 월북 통로가 된 배수로의 철근과 배수로 벽 사이는 약 40cm로, 보통 체구의 사람이 통과 가능한 크기로 확인됐다.

합참은 또 조사 과정에서 TOD 녹화영상의 ‘백업’을 위해 실시간 저장되는 네트워크영상저장장치(NVR)의 전송 프로그램에 일부 오류가 있었던 사실도 뒤늦게 확인했다. 

북한 보도를 통해 월북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23일 TOD 반장이 해당 장비의 녹화 기능에 장애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후 저장용량 문제로 판단해 23일 이전 영상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진술했다. 다만 당시 월북 사건 발생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군은 이번 사건 조사를 위해 2019년 5월 초부터 이달 23일까지 삭제됐던 64개 파일을 복구했지만, 17일 오후 10시∼18일 오전 5시 사이에 촬영된 TOD 영상 복구에는 실패했다.

합참은 재발 방지를 위해 민간인 접근이 가능한 철책 직후방 지역을 일제 점검하고 주기적인 기동 순찰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모든 부대 수문과 배수로를 일제 점검해 경계 취약 요인에 대한 즉각 보강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한편, 월북한 김씨는 지난달 성폭행 혐의로 한 차례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은 뒤 경찰에 입건됐고 이달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김씨는 지난달 12일 오전 1시20분쯤 경기도 김포시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민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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