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당국이 최근 문제가 불거진 파생결합증권(ELS·ELB·DLS·DLB)과 관련, 기존에 예상됐던 총량규제 대신 발행 물량에 대한 레버리지·유동성 비율 등 건전성 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증권업계 현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관련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ELS 등 파생결합증권과 관련해 총량규제 대신 발행 물량에 대한 레버리지·유동성 비율 등 건전성 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파생결합증권시장 건전화 방안'에서 결정된 내용이다. 

   
▲ 사진=연합뉴스


원래 금융당국은 ELS 발행 총량을 증권사 자기자본의 1~2배 수준으로 제한하는 총량규제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건전화 방안의 방향을 '비율 규제'로 변경했다.

파생결합증권은 기초자산 가격 등의 변동과 연계해 미리 정해진 방법에 따라 수익구조가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을 지칭한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 예금의 대안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월 말 기준 108조 6000억원의 발행규모를 기록할 정도로 관련 시장이 확대됐다.

물론 모든 상황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올해 1분기(1~3월)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손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3월에 국내 증권사가 해외파생상품의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CP금리와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 시장이 충격에 휩쓸린 사례가 있었다. 이후 추가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논의가 진전됐다.

증권업계는 기존의 예상보다 당국이 규제 수위를 낮춘 것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총량 규제 이슈가 먼저 나왔던 터라 우려가 컸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물론 이번 규제로 파생결합증권 발행 사업이 위축되는 증권사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 중에서 파생결합증권의 발행 규모가 큰 곳들이 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규제에 따르면 원금비보장 파생결합증권을 많이 발행할수록 레버리지비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상 부채금액 반영비율이 커진다. 같은 규모의 원금비보장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해도 비교적 자기자본이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 있기에 관련 사업의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에도 영향은 물론 있다. 원화자산과 여전채 등 특정분야에 집중된 ELS헤지를 분산시키기 위해 파생결합증권 자체헤지 규모의 일정수준(10~20%)을 외화 유동자산 등으로 보유하도록 의무화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 헤지 비율이 높은 일부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이번 규제가 달갑지 않을 것”이라면서 “금융당국이 회사 운용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처럼 비쳐질 경우 불만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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