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의 '무력화 방안' 가지각색…임대인vs임차인 불신·갈등 좁힐 묘수 없을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최근 시행에 들어간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법 개정 취지와 달리 집주인의 무력화 방안과 세입자 꼼수 등 법 적용 사각지대가 여러 곳에 있어 '졸속 입법' 논란까지 일고 있다.

법이 내포한 문제점 및 부족한 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임대인-임차인 간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각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17 부동산 정책 후속 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사진=연합뉴스

임대차 3법은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임대료의 5% 이하로 제한하고, 세입자가 계약만료 1개월 이내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계약을 한 차례 2년간 연장 가능하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임대차계약 정보 확인을 위해 전월세신고제를 내년 6월부터 시행한다.

법조계가 따져본 임대차 3법의 허점과 보완해야 할 점은 여러가지로 나뉜다.

임대인(집주인)의 '세입자 무력화'가 큰 문제로 제시된다.

첫째, 계약 갱신시 임차인(세입자)이 신규 전세대출 혹은 만기연장시 추가대출을 조달할 경우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동의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대출을 상환할 현금 여력이 없는 세입자라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둘째,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도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거나 직계 존·비속이 살 경우 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법의 맹점은 계약갱신이 거절되어 집을 비운 세입자가 집주인이 실제로 들어와 살고 있는지, 집주인이 공실로 놔두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보수집체계 구축에 시간이 걸린다고 요청해 전월세신고제 시행이 내년 6월로 연기되면서, 전월세 상한 및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거인 임대차계약 정보를 내년 6월에나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을 기준으로 임대 731만 가구 중 실거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건 205만 가구(28%)에 불과하다.

또한 세입자가 집주인의 주민등록등본을 떼면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활용해 불법이고, 우편물 확인을 하면 주거침입 등 혐의로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 결국 집주인이 약속을 어기는지 여부를 세입자가 확인하는데 한계가 크다.

셋째 개정안이 집주인의 실거주 기준을 '임대인·직계존속·비속'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배우자는 포함되지 않아, 이를 집주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집주인이 자신의 배우자만 세대를 분리해 실거주하는 것처럼 속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넷째 전월세 전환이다. 법에 정확히 '임차인 동의 없이' 전월세 전환을 하지 못하게 하는 문구가 없어, 그 유권해석을 놓고 임대인-임차인간 분쟁이 일어나기 쉽다.

다섯째 방안으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새로 생긴 손해배상청구권 자체다.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집주인이 거절하고서 2년 이내에 타인에게 집을 빌려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해 겉보기로는 세입자를 위한 것이지만, 시간과 돈 등 소송비용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 계약을 맺어 올리는 임대료를 고려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고, 세입자 입장에서는 증거수집과 변호사 선임 등 분쟁비용을 고려하면 손해배상청구권이 유리하게 작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집주인이 (법에서 보장한 대로) 임차인에게 매년 임대료 5% 인상을 요구할 '차임증감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임증감청구권은 민법 628조·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11조·주택임대차보호법 7조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권리다. '경제사정이 변동했다'는 점을 내세우면 임대사업자등록과 무관하게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차임증감청구권을 행사하려면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어야 하고 '경제사정 변동' 여부를 법원으로부터 인정 받아야 한다.

관련 대법원 판례(74다1124)가 나온 시점이 1974년으로, 46년 후인 2020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재판을 실제로 해봐야 알 수 있다는게 법조계 전망이다.

   
▲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이 즉각 시행에 들어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반대로 세입자 입장에서 법안의 기존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맹점도 있다. 임대료 상한선을 지킨 5% 인상 조차 세입자가 거부할 때 인상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서 집주인의 임대료 5% 인상을 세입자가 거부할 경우 임대료 인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하더라도 세입자가 절차를 거부하면 조정이 불가하고 조정안이 나와도 세입자가 이를 거부하면 효력 없다.

이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확정판결 전까지 시간이 걸려 임대차계약 갱신 전까기 결론내기 어렵다.

특히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갱신 의사만 밝힌 뒤 '임대료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가면 집주인이 손쓸 방도가 없다. 세입자가 연락을 받지 않고 계약 만료일까지 잠적해버리면 집주인은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다.

부동산 송사를 다수 맡아온 최용형 변호사(법무법인화영)는 4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법의 맹점에 대해 설명한 후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늘려 중재 기능을 강화하겠다지만 손해배상청구권과 같은 규정은 사회적 갈등만 더 커지게 할 수 있다"며 "트집 잡으려는 집주인과 어떻게든 남으려는 세입자 사이 분쟁비용만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변호사는 "이번 임대차 3법은 집주인들 입장에서 임대료 5%를 무조건 인상해야 한다는 룰"이라며 "당초 2~3% 올리던 곳들도 전부 5% 맞춰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려고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책임지고 제도상 허점을 하루속히 보완해야 한다"며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를 세입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하고, 집주인에게만 의무와 책임을 씌운 이번 개정안의 부작용을 최소한 줄이도록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중재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다만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상한한다는 반시장, 사인끼리의 계약의 자유를 허용치 않는 이번 법 개정에 국민들이 어떤 의견인지, 두루두루 여론을 수렴해 여당이 재차 법을 고쳐나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집주인이 짜낼 수 있는 허점이 많아 실제로는 세입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임대차 3법.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불신의 간극을 좁힐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