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수주 난에 시달리던 국내 ‘조선 빅3사’가 연말을 목전에 앞두고 잇달아 실적을 거두면서 다소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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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1월 거제조선소에서 진수될 당시 프릴루드 FLNG /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
최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가 올 3분기까지 총 277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수주 금액 기준으로 30%가량 감소한 금액으로 연간 목표치인 545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발 셰일가스 붐으로 인해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설비 발주를 미루면서 올 3분기까지 국내 빅3의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80% 정도 줄어든 상태다.
특히, 저가에 수주했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이제는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충격적인 실적 급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조선업이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으로서는 해양플랜트 사업비중을 적절하게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대신에 셰일 붐에 맞춰 발주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LNG운반선이나 친환경 선박 개발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양플랜트만 집중 투자하는데서 벗어나 조선분야 등과 적절한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수주 목표액을 애당초 전년 대비 10% 정도 높게 잡은 점도 목표 달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올해 목표 수주량을 보면 ▲현대중공업 295억 달러 ▲삼성중공업 150억 달러 ▲대우조선 145억 달러이다. 13일 현재 기준 수주액은 ▲현대중공업 163억 달러 ▲삼성중공업 65억 달러 ▲대우조선해양 105억 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4분기에 접어들면서 ‘조선 빅3’들도 분위기 반전을 깨하는 눈치다. 연초부터 미뤄졌던 대규모 해양 프로젝트들이 연이어 확정되면서 국내 조선시장도 숨통이 트인 것.
지난 11일 현대중공업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인 아드녹(ADNOC)의 자회사인 아드마옵코(ADMA-OPCO)사와 2조1000억원 규모의 고정식 해상플랫폼 4기와 200㎞ 구간의 해저케이블 설치에 관한 해양공사를 계약했다. 이번 계약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7월 발주통보서(LOA, Letter of Award)를 접수한지 약 4개월 만이다.
현대중공업은 20억 달러를 추가하면서 누적 실적을 크게 올렸다. 그러나 연초에 설정했던 수주목표액 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수주 목표액의 55.3%에 불과한 수치다.
현대중공업이 4분기 신규수주 예상액을 72억 달러로 잡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 수주액은 당초 목표치보다 5.6% 적은 279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셰일가스 개발과 원유 가격 하락으로 지연됐던 오일메이저의 대규모 해양프로젝트들이 다시 가동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지난 10일에는 삼성중공업이 부유식생산설비와 해상플랫폼 등 해양플랜트 2기를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2기를 합쳐 7억 달러(7595억7000만 원)에 달한다.
올해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두 건의 프로젝트 수주를 확정하게 된 것은 오일메이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 덕분이다. 삼성중공업은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이 발주하는 부유식생산설비(FPU) 하부구조(Hull) 1기에 대한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발주처 이사회의 승인이 이뤄지는 11월 중순 이후에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두 건의 프로젝트 수주가 확정돼 의미가 남다르다”면서 “LNG선과 컨테이너선 등 연내 추가 수주도 예정돼 있어 수주실적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선전하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로 인한 충당금을 반영하느라 영업적자를 기록한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유일하게 안정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다.
최근까지 LNG선 4척, 초대형 컨테이너선 3척 등 상선 7척과 계약 금액 2조9092억 원의 카스피해 지역에 육상 원유 생산설비를 짓는 공사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주로 가스선 등 고부가 선종 위주로 이뤄졌던 올해 수주실적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육상 원유 생산 설비의 경우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의 19.0%에 해당한다.
여기에 연내 러시아의 초대형 가스개발 사업인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LNG선 5척에 대한 최종 수주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수주한 가스선 4척, 글로벌 오일메이저인 BP의 LNG선 발주 등이 예정대로 성사될 경우 하반기까지 수주 목표액 145억 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LNG선 수주는 세계적인 능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이 도맡아 하고 있어 발주물량의 대부분을 국내업체가 차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한 LNG선의 60%가량을 국내에서 수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셰일가스 수출을 허가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이를 운송하기 위한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FERC가 승인한 셰일가스 수출 프로젝트인 사빈패스와 카메론, 프리포트, 코브 포인트 등 4개의 프로젝트 외에도 14개 셰일가스 프로젝트가 FERC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와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가 지역의 LNG 개발도 진행되고 있어서 셰일가스 개발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조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