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한·일관계가 더욱 얼어붙으며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일본 강제징용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한국 대법원의 자산압류 결정과 관련해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4일 0시 효력 발생과 동시에 즉각적인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이날 "징용을 둘러싼 문제는 국가간 공식적인 합의였던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일 두나라 정부 사이 외교 교섭 상황을 감안해 향후 자산 처분 절차에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제철이 배상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원고 측은 그 해 12월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한국 내 합작법인인 PNR 주식 압류를 법원에 신청했다.
1년 9개월만인 4일 0시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하면서 현금화를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손해배상을 위한 일본제철 재산압류 명령의 공시송달 기한이 만료돼 언제든 매각 절차가 시작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앞서 2차 보복 조치를 경고해 왔다.
일본 징용기업에 대한 자산 현금화 조치는 한일관계의 시한폭탄이라 불려왔다. 앞서 스가 일본 관방장관은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보복조치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가뜩이나 냉랭한 한·일 관계가 정면충돌로 번질 소지가 다분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는 비상구 없는 불확실성의 위기상황이다. 한·일 갈등이 다시 첨예하게 불거진다면 외교관계 파탄은 물론 코로나 위기국면 극복에 또 다른 악재다. 일본은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조건 강화, 추가 관세 부과, 송금 규제, 금융규제,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를 보복 카드로 만지작거린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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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관계가 더욱 얼어붙으며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일본 강제징용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한국 대법원의 자산압류 결정과 관련해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019년 12월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일본은 지난해 7월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 한·일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라는 긍정적 신호도 있었지만 기업은 살얼음판을 걸었다.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일본 기업들은 짐을 쌌다. 국내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영업이익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1년간 70% 이상 급감했다. 우리 경제에 미친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일 수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20% 이상 줄었다. 대일 무역적자가 3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소부장 정책 효과도 빛이 바래고 있다.
외교력으로 풀어야 할 국가적 현안을 기업과 경제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반복되는 상황이 또 다시 일어나고 있다. 미해결 징용문제의 불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같은 사태가 오기 전에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화근을 정부가 방치했다. 예고된 갈등에 대한 외교력의 부재가 국가간 관계를 파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양국 정부는 이제 대립을 자제하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파국은 피해야 한다. 한·일 간 역사인식의 간격이 큰 것도 사실이다. 우경화하는 일본, 느슨해지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일본의 경계 등도 관계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대치상태는 서로에게 자해극이나 다름 아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사법부 결정인 데다 피해자 의사가 최우선"이라며 불개입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외교·안보 사안은 예외의 여지가 많다. 국제적으로도 '사법자제의 원칙'이 통용된다. 국제 분쟁 해결절차인 ICJ로 가더라도 100%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한·일관계에 있어서 8월은 '뜨거운 달'이다.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15일은 광복절, 24일은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기한이다. 모두가 양국 관계 변수의 폭발성 있는 사안이다.
글로벌 정세는 시계제로다. 코로나19 2차 팬데믹과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갈등은 그야말로 경험하지 못했던 위협들이다. 일본과의 결자해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양국 지도자자가 나서서 직접 매듭을 풀어야 한다. 의회와 친분 있는 원로들까지 초당적으로 나서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다행히 시간은 아직 남았다. 일본제철의 자산 현금화 조치가 가능해졌어도 매각까지 현실화되려면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 안에 관계회복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40년 이상 지속되어온 경제적 공생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감정에 얽매여 국익에 망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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