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결혼식인데"...예비신랑의 의로운 죽음
 

"날까지 다 받아놨는데…. 꿈에 그리던 결혼식이 낼 모레인데 이럴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전남 담양 펜션 화재로 목숨을 잃은 정모(30)씨의 사촌형(36)은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 쉬이 분노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잿더미로 변한 화재 현장과 군(郡) 재난대책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경찰서를 정신없이 오가면서도 동생과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선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훔쳤다.

젊은 나이에 생을 등진 것도 안타깝지만, 그를 더욱 슬프게 하는 건 동생이 그토록 바라던 결혼을 불과 두 달 앞두고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이다. 예식장 예약도 이미 마쳤다.

   
▲ 전남 담양 펜션 화재 현장감식. 뉴시스

사촌동생 정씨는 내년 1월 중순, 오랜 연인과의 꿈만 같은 백년가약을 앞두고 대학 동아리 후배들의 수련회에 동행했다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동신대 한약재산업학과를 나와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던 정씨는 평소 후배사랑이 남달랐다고 한다.

사촌형은 16일 "동생은 틈만 나면 동아리 친구나 후배들을 만나러 간다는 말을 하곤 했다"며 "'동아리 선후배 간 우의가 참 돈독하구나'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패러글라이딩은 물론 스키와 스노보드 강사로도 활동했고, 축구와 수영 등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며 "불길을 못피했다기보다는 의협심과 배려심이 유난히 강했던 동생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을 내던진 것 같아 더욱 슬프다"고 말했다.

실제 발견 당시 사촌동생 정씨는 동아리 후배 고모(여·사망)씨를 온몸으로 감싼 채 숨져 있었다.

부인과 어린 자녀와 함께 수련회에 참석한 동아리 선배 등 2명도 연약한 후배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동아리 초창기 멤버인 유모(40)씨는 아내와 함께 다섯살바기 딸을 데리고 모임에 참석했다가 화마를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 또 다른 선배인 송모(35)씨는 결혼한 지 갓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신랑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 목격자는 "정씨 등 동아리 선후배 3명은 어린 후배를 구하려고 끝까지 살신한 것 같다"며 "바비큐장 출구앞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후배를 감싼 채 발견된 것을 보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말했다.

이날 수련회에는 동신대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 중인 재학생 13명과 졸업생 9명, 일반인 4명 등 모두 26명이 참석했고, 재학생 고씨와 졸업생 3명이 생을 등졌다.

담양 펜션화재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담양 펜션화재 왜 자꾸 이런 일들이" "담양 펜션화재 정말 안타깝네요" "담양 펜션화재 또 안타까운 희생이" "담양 펜션화재 안전불감증 큰일이네요" "담양 펜션화재 말로만 안전 부르짖지 말고 제발 좀 대책을" 등 안타까운 반응들이 이어졌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