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1회분 32~37달러 책정…화이자, 19.5달러로 2배 차이 나
2개사, 시장 독과점적 지위 예상…질병관리본부, 협상력 발휘 관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개발 중인 국내 업체들, 아직 가격 생각 못해"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 모더나가 가격을 책정하면서 후발 주자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 모더나·화이자 로고./사진=각 사 제공


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 착수한 모더나는 백신 1회 접종분에 32~37달러를 책정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로는 약 3만8000~4만4000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는 수백만개 단위의 소량 주문에 적용되는 가격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규모의 경제' 이론에 입각해 모더나는 대량 구매자에게는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는 여러 국가와 백신 공급계약 논의를 시작했고 지난달 31일 기준 4억달러(한화 약 4750억원) 수준의 보증금을 받았다고 밝혀뒀다.

스테파네 방셀 모더나 CEO는 지난 5일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기간에는 백신 가격을 시장가보다 훨씬 싸게 책정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임상 3상에 돌입한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이다. 화이자는 1회 백신 투여분에 대해 19.5달러(한화 약 2만3000원)를 매길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는 모더나 대비 반값 수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실험 결과상 코로나19 백신은 접종 시 항체가 형성된 후 3개월까지만 면역력이 유지된다고 평가해 다회 접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백신 3상에 진입한 글로벌 제약·바이오사가 상기 2개 회사 외에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독과점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화이자는 미국 정부와 19억5000만달러 규모의 '입도선매'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진행될 선진국과의 가격 협상에서는 미국 정부를 상대한 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팔지는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국은 G11 내지 G12 회원 후보국으로 거론되는 만큼 모더나와 화이자 등 협상 과정에서 선진국 기준을 들이댈 공산이 높다. 질병관리본부는 제조·공급사들과 가격 협상에 나서게 되는데 방역 당국은 예산이 한정돼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국민이 접종할 수 있도록 단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 세계가 백신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질본이 제조사와 공급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후발 백신 개발 기업들의 가격 정책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후보물질 글로벌 공급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 회사는 3분기 또는 4분기 중 임상 시험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제넥신은 1·2a 과정에 있고 내년 하반기 중 백신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임상 시험이 한창이기 때문에 가격을 논의할 계제는 아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공급사들이 많아지면 정부 당국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만큼 백신 가격이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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