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비서실장 비롯 6명 일괄 사의표명에도 ‘직’보다 ‘집’ 조롱 불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에 대한 주택 매각 권고가 8개월 만에 숱한 논란만 남긴 채 사실상 실패로 끝이 났다. 다주택 매각 권고를 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실 참모 6명의 사퇴가 결정된 것. 매각에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지만 이마저 ‘직’보다 ‘집’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불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다주택 참모들에게 부동산 매각을 공개 권고한 이후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의 주택 처분 상황은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당초 노 실장의 권고 내용은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참모들이 매각에 나서지 않았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경실련은 올해 3~6월 공개된 청와대 공직자의 재산 분석 결과를 다시 발표했다. 수도권 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는 8명이었고, 총 17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방까지 확대하면 10명이 23채를 보유하는 등 공개 대상 64명 중 28%인 18명이 다주택자였다.

정부의 6.17 대책이 발표되면서 국민 분노가 끓어오르자 노 비서실장은 7월 2일 청와대 다주택 참모진 12명에게 실거주 목적 외의 주택을 모두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처분 시한으로 7월 한달을 주면서 이달 말 처분 이행 현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노 실장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충북 청주시 아파트 2채 중 청주 아파트를 처분한다고 발표하면서 여론이 악화됐고, 결국 노 실장은 아파트 2채를 모두 매각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월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노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청와대

노 실장이 정한 마감 기한이 지나 7월 31일 청와대는 여전히 8명의 다주택자가 남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한명도 예외없이 모두 처분 의사를 표명했고, 처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각각 아파트를 소유한 김조원 민정수석이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높게 매물로 내놓은 것이 알려지면서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외숙 인사수석과 김거성 시민사회수석도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만 김거성 수석은 서울 은평구 주택 분양권이 거래금지 기간이라, 경기 구리시 아파트 매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명의로 부산 해운대구에, 배우자 명의로 경기 오산시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김외숙 수석은 매주 1,000만원씩 매도 호가를 낮춰가며 처분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7일 결국 노 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은 문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5명의 수석은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이다. 청와대는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론은 더욱 냉소적으로 흘렀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강남 두 채’ 김조원 수석은 ‘직’이 아닌 ‘집’을 택했다”고 몰아세웠다. 

청와대는 10일 앞서 사의표명한 청와대 참모 중 3명 수석비서관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정무수석에 최재성 전 국회의원, 민정수석에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 시민사회수석에 김제남 기후환경비서관 내정했다. 이들 3명은 11일 임명식을 갖는다. 청와대는 이날 인사를 발표하면서 ‘사표 수리’ 등의 표현을 일절 하지 않고, 일부 수석을 새로 임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향후 후속 인사 방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안팎에선 비서실장의 경우 집권 후반기인 3기 청와대를 힘 있게 이끌 적임자를 물색해야 하는 만큼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수석도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 구성을 담당하는 주무부서인 만큼 이번 교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보인다. 반대로 쇄신 차원에서 후임자 검증이 끝나는 대로 사의를 표명한 참모들의 모두 교체하는 추가 인사가 단행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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