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간 거래가 대부분인 부동산 시장, 일일이 들여다보겠다는 정부
2월 출범한 부동산 대응반 저조한 실적…부동산 감독원 실효성 '글쎄'
   
▲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홍샛별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 실효성 높이기 위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언급한 가운데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부동산 투기의 시대를 끝내겠다”며 “(규제)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하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부동산 시장 상시 감시 기구가 기존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형태의 ‘부동산 감독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부터 가동 중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부동산 대응반)을 별도 기구로 확대할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부동산 대응반은 국토부 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가진 직원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에서 파견된 인력 등 총 15명 규모로 구성됐다. 

대응반은 현재 △부동산 실거래·자금조달 계획서 조사 총괄 △부동산 시장 범죄행위 수사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 정보 수집·분석 등의 역할을 도맡고 있다. 

부동산 대응반이 금융감독원급의 상설감독기구로 상향될 경우 기존 업무에 문 대통령이 강조한 △부동산투기세력의 불로소득 환수 △투기자금 유입추적 △임차인 권리 보호 감독 기능이 추가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실효성 없이 국가의 시장 개입만 커지는 꼴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대응반의 저조한 실적 역시 ‘부동산 감독원’의 역할에 의문을 키우는 상황이다.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이 12일 공개한 부동산 시장 대응반의 실적에 대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대응반이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110건 중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혐의가 없어 종결된 건수가 50%(55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결된 55건 외 나머지 55건의 단속 실적도 내실이 없었다는 게 김 의원측의 설명이다. 55건 중 33건은 지자체(서울시 3건, 경기도 30건)로 이첩돼 결과가 불분명했고 시장 교란 행위로 판단해 정식 수사가 이뤄진 입건 건수도 18건에 불과했다. 

김상훈 의원은 “올 초 부동산 불법 근절을 외치며 범정부 조직을 구성, 특별 사법경찰관까지 투입했지만 조사 대상 절반이 혐의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대응반을 모태로 부동산 감독원을 출범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전시성 행정' 소지가 크다”고 설익은 정책 발표에 우려를 표했다. 

시장 관계자들 역시 같은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한 관계자는 “부동산 특성상 개인간 거래가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부동산 감독원은 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겠다는 이야기”라며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꼴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실제 부동산 시장을 감독하는 기구는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감독기구 자체는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보다는 왜곡,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부동산감독기구를 따로 만든다는 것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투기세력 등에 의해서 왜곡되었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투기세력이 전국의 부동산 가격을 왜곡시켰다는 주장의 근거가 충분하게 제시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동일 기능을 가진 부서들이 국토부 등에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규모를 10배 20배로 키운다고 시장을 엄격하게 감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설령 부동산감독기구를 만들더라도 대출과 세금을 걱정하지 않는 돈 있는 재력가들의 투자활동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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