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항공사’라는 낙인을 벗어나기 위한 아시아나항공의 몸부림에 국토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로 45일간 운항정지이라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행정처분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이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심의위원회 전면 교체와 정부가 추진해온 MRO사업에 대한 참여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국토부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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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뉴시스 |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국토부에 ‘이의신청에 들어가는 아시아나항공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국토부 공무원이 사전에 국회 상임위를 방문해 운항정지 대책 문건을 배포하는 등 운항정지를 기정사실화 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불신과 반발을 자초했다”며, “재심의를 위해 심의위원을 전면 교체하더라도 위원장이 교체되지 않는 한 재심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행정처분 심의과정의 절차상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과도한 규제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가 항공법령에 따라 과징금 또는 운항정지 처분을 결정하기 때문에 과징금과 운항정지 각각의 경우에 대비해 각 처분종류별 국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사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실무차원에서 검토한 것”이라며 “운항정지가 내려질 경우를 대비 사전에 수송대책을 세우는 것은 정부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해명했다.
이어 “심의위원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구성했고, 절차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으며 ‘위원장 교체를 포함한 심의위원회 재구성 요구’는 안전사고의 예방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항공사로서 무리한 요구”라고 아시아나항공을 비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운항정지 시 좌석부족에 따른 승객 불편이 없다는 국토부의 논리는 광역버스 입석금지제와 같은 대표적인 탁상행정 사례라고 지적하고,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MRO사업(항공기 수리·정비)에 대한 참여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국토부를 압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우려한 각계 각층, 즉 여야 국회의원, 미주한인회 총연합회, 인천공항취항43개 항공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의 의견과 청원, 건의 등이 잇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견들이 고스란히 무시되었고, 운항정지시 좌석부족에 따른 승객 불편이 없다는 국토부의 논리도 광역버스 입석금지제와 같은 대표적인 탁상행정 사례”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와 항공업계 모두 대한민국 항공업계의 발전과 항공안전을 도모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전세계 항공업계와 함께 발맞춰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45일 운항정지는 너무 심했다는 비판론도 일고 있다.
업계 한관계자는 "국토부는 어느 나라 정부 부처인지 모르겠다"며 "45일 운항정지라는 고강도 처벌을 내린 것은 너무 심한 처사"라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이번 행정처분은 국익이나 자국 항공사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일방적인 결정이었다"며 "국토부와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아시아나 항공 측의 결정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이번 국토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봐주기’의 일환이며, 납득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대한의 감경폭을 적용한 것으로서, 현행법 자체가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이 반영된 ‘아시아나 법’”이라며 “과거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까지 해가며 최대 처벌한 반면, 이번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처벌의 흉내만 낸 것은 법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무시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원칙’을 내세우며 운항정지 처분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알짜노선에서 운항정지라는 중징계를 맞는다면 이는 곧 대한항공의 반사이익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고 해석하고 있다.
과거 대한항공은 1997년 괌 추락사고 등으로 인해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4개 노선 주 99회의 국제선 신규 노선 면허와 증편에서 제외 됐으며, 1999년 런던에서 화물기 사고가 발생한 후 6개월 운항정지 및 1년 6개월간 신규노선 취항 및 증편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아픔을 겪었다. 당시 괌 추락사고의 반사이익으로 아시아나항공은 34개 노선 주 99회를 배분받은 바 있다.
한편, 이번 이번 처분 지시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약 15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위험한 항공사’라는 낙인도 찍힌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2000년대 이후 국제 항공업계는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아닌 이상 운항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운항정지를 받은 항공사는 ‘위험한 항공사’라는 인식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경영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미디어펜=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