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 항공 인수와 관련해 추가 자본 확충으로 인수대금을 절반 부담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사실상 마지막 제안인 이번 회담에 대한 HDC현산의 수용 여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7일 M&A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6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의 세 번 째 회동 자리에서 추가 자본 7000억원을 지원해 총 1조5000억원 가량의 자본을 확충해 줄 것을 제안했다. HDC현산은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은 양사가 M&A를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의 의미가 있다며 HDC현산은 대폭 완화된 조건에도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망설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HDC현산이 당초에 계약했던 인수대금은 2조5000억으로 이렇게 되면 HDC현산이 부담해야할 인수대금은 1조로 감소한다. 아시아나항공 M&A 이후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유동성을 산은과 HDC현산이 절반씩 떠안게 된다.
여기에 산은은 금호산업에게 지급해야 하는 구주 대금을 대폭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HDC현산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한 후에도 경영을 하는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채권단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뜻도 전했다.
산은은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동성을 지원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 등 유동성 공급을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주를 취득하거나 단순 차입금 형태의 지원 방식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은 "아시아나 항공 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HDC현산 측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HDC현산의 종전에 요구했던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계약금액을 절감해 달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수용된 모습이다. HDC현산은 전달 금호산업에 12주에 걸친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를 제안한 바 있다.
산은 입장에서도 이번 회동이 향후 인수가 불발됐을 경우를 대비해 노력을 다했다는 명분으로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HDC현산의 결정을 재촉했다는 명분을 만들었다”며 "HDC현산의 최대 관심사도 인수자 귀책으로 계약금을 물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며 시간을 지체하며 결국 산은이 해지 통보를 할 때까지 버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HDC현산 측의 인수 의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 전과 후로 HDC현산의 인수 의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전환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수대금 부담이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및 장기화로 항공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추후 경영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 M&A 업계 전문가는 "산은이 인수조건을 최대한으로 좋게 풀어 저렴하게 인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는 해소가 된 모양"이라며 "과거에 HDC현산은 노딜을 노리는 것으로 보였지만 산은이 붙잡았고 앞으로 HDC현산의 고민은 인수 후에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으로 항공 산업이 비즈니스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수 의지를 보일지는 미지수”라며 "인수가 불발 됐을 경우는 채권단이 고민을 떠안게 되는데 인수조건이 좋아져 새 주인을 빨리 찾을 수도 있고 채권단 관리 체재로 가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