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이어 국내 법원에서도 LG화학에 유리한 판결이 나온 가운데 오는 10월까지 양사간 합의가 이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소 취하 청구를 각하했으며,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LG화학이 지난해 미국에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이 2014년 양사가 세라믹코팅분리막 특허와 관련해 10년간 국내외에서 쟁송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재판부는 합의에 미국 특허에 대해 제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LG화학은 "증거에 의해 당시 협상과정에 관한 SK이노베이션측 주장이 허위이거나 왜곡됐다는 점이 분명히 밝혀졌다"며 "현재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진행 중인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의 특허침해 소송에 끝까지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KR310-US517 특허의 관련성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하는 등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을 먼저 제기한 LG측의 패소 직전 요청에 의한 부제소합의에 응할 이유가 없었고, 이는 합의의 목적도 아니었다"면서 "패소 이후 5년 가량 지나서 일부 문구를 핑계로 문제제기하는 것은 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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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 SK서린빌딩(왼쪽)·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각 사 |
다만 양사가 일명 '끝장승부'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LG화학이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주주·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된다는 전제하에 합의가 가능하다고 시사한 데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산업 및 양사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합의금과 지불방식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탓에 쉽사리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던 ITC가 전면 재검토를 실시하고 있으며, 2심에서 사법부의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합의금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을 생각하는 반면, LG화학은 조단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합의금 규모가 최대 2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양사 모두 그간 배터리사업에 많은 돈을 투자했을 뿐 아니라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투입할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서울에서 회동을 갖는 등 양측 고위 관계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음에도 현재까지 법적공방이 이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가 어떤 지불방식을 들고 나오느냐도 협상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일시불로 손해배상을 마무리함으로써 리스크를 덜고 사업에 집중하는게 유리할 수 있으나,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LG화학에게 추가 투자를 위한 자금줄 역할을 맡기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 역시 계산이 복잡할 것"이라며 "일시불을 받고 생산력을 늘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및 중국(CATL)·일본(파나소닉) 등 경쟁업체를 따돌리는 것도 좋지만, 석유화학 업황과 미래 전기차배터리 시장 규모를 비롯한 요소를 감안하면 로열티를 받는게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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