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DNA 완전히 바꿀 방침...당협위원장도 물갈이 예고?
김진태·민경욱 등 강경보수 세력 숙청 노린다는 분석도?
홍준표·김병준 등 당협위원장 물갈이 결과 어땠나
[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통합당이 정강정책과 당명에 이어 당협위원장까지 대대적인 '인적 청산'을 앞두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당협위원장 다수 교체 여부에 따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실질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합당 당무감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통합당은 오는 9월 중순에 당무감사 착수를 계획하고 있다.

당무감사는 통상 지역구 활동과 그에 대한 보도 횟수, 당원 증식, 책임당원 비중, 회계 예산 등 전반적인 당원협의회(당협)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당협위원장 교체는 결과적으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당무감사의 기본적인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사진=미래통합당

그러나 이번 당무감사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2022년 대선에 앞서 당의 전면적인 'DNA 물갈이'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당협위원장은 소속 지역구 기초자치의원 공천권을 갖고 있으며 지역구에 당 국회의원이 없는 경우 낙선자 또는 차기 선거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직을 맡으면서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앙당 지도부 입장에선 내년 재보궐 선거 후보 추인에 대한 불협화음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또한 대대적인 당협위원장 교체가 예고되는 것은 최근 통합당 지도부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짐작할 수 있는 바다.

통합당 측은 이번 광화문 집회에서 현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결집한 세력을 '극우'로 규정, 이들과 '손절'하기로 당론을 집중한 듯 보인다.

정부여당이 방역 혼란과 확진자 증가의 원인 및 책임을 광화문 집회와 이른바 '극우 세력'에 돌리자 통합당도 발빠른 손절에 나선 것이다. 이참에 이들과의 절연, '중도 외연' 확장 기회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정치적 계산으로도 풀이되는 대목이다. 통합당의 지지율 역전 현상도 중도층의 유입이 크게 기여했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26일 중진의원 회의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당 소속 인사들에 대해 "무시하면 된다"고 했으며,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난 25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위 극우라는 분들이나 당은 우리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3선의 하태경 통합당 의원(부산 해운대갑)도 TBS 라디오에서 "더더욱 강력하게 당 내부에서 극우 세력과의 단절을 얘기해야 한다"며 "우리 내부의 잘못된 과거는 다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하 의원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썩은 피 내보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도 더 건강해지고 우리 사회도 더 건강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당무감사를 김진태·민경욱 전 통합당 의원 등과 같은 '강경보수' 세력을 대거 축출하려는 행보로 관측하고 있다. 김·민 전 의원은 각각 강원 춘천갑과 인천 연수을 지역구에서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한 이들은 광화문 집회에도 참석했다.

다만 오랜 기간 당을 지켜온 데다 일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당협위원장이 이번 당무감사를 통해 물갈이될 경우, 대규모 당원 이탈은 물론 당안팎의 잡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 좌측부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사진=미래통합당

앞서 가까운 과거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에서도 당협위원장 교체가 시도될 때마다 내홍이 잇따랐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이른바 친박의 좌장인 서청원 전 의원 등 현역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대거 교체했으나 정치보복 논란만 일었을 뿐 이듬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참패해 패장으로 사퇴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지난 2018년 12월 21명 현역 의원의 당협위원장직을 사실상 박탈했지만 그러부터 약 2개월 후 당이 황교안 전 대표 체제로 재편되면서 대거 복직되는 등 역대 당협위원장 물갈이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이번 당무감사로 나타나게 될 당협위원장 교체율과 후폭풍 안정화 역량 등이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면 반발이 심한데 그 반발을 어느 정도 누를 수 있을 것인가, 이게 당의 장악력을 의미하는데 그 장악력을 보여주면 명실상부 김종인 체제가 안착됐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체제가 상당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통합당 당무감사위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특정인을 콕 집어서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기 위한 당무감사가 아니다"라며 "당무감사위는 이양희 위원장을 중심으로 100%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임명장 수여식 이후 김종인 위원장이 당무감사위 활동에 이러쿵저러쿵 메시지를 준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일축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