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유죄면 모든 기업이 유죄"…사법 정의·한국 경제에 조종 울린 검찰 무리수
한차례의 구속영장 기각,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그리고 '국가 경제를 생각해 달라'는 경제계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다. 

수사에 참여했던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을 이재용 재판을 전담할 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장으로 배치한 것으로 미뤄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법무장관,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긴밀한 교감 아래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은 지지율이 떨어지면 수시로 이재용 부회장을 불러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이번에 '배임 혐의'까지 보태 기소하는 비열함을 드러냈다. 삼성으로서는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지만 이번 기소가 정당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제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라면 모든 경영 활동이 범죄"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삼성을 해체하라'는 격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기업 때려잡는 검사로 유명한 이복현 부장검사는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는 주장이다. 

어느 누가, 어떤 기업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고, 최대주주에게 유리하지 않은 시점에 민주적 토론을 거쳐 온 세상이 다 알게 한 뒤 인수합병을 하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원래 시장에서 인수합병은 대주주에게 가장 유리하도록 진행한다. 

   
▲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그리고 '국가 경제를 생각해 달라'는 경제계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추구한다. 그게 경영활동이다. 대기업 소유주들은 자식들에게 주식을 증여했다가도 주가가 내리면 증여를 취소하고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재증여한다. 증여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편법이지만 불법은 아니다. 그렇게 시장이 굴러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그룹, 카카오 그룹은 그동안 수많은 인수합병과 기업 상장을 통해 거대한 재벌 그룹이 됐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검찰 말대로라면 이런 과정도 모두 수사해서 김범수씨와 이해진씨에게 유리한 시점에 상장과 인수합병이 이뤄졌다면 이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검찰은 "삼성물산 경영진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의 승계계획안에 따라,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합병을 실행함으로써,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손해를 본 회사나 주주는 없다. 다들 큰 이익을 얻었을 뿐이다. 지금은 큰 이익을 얻었지만 내년에는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자본시장에서 어느 특정 시점을 놓고 이익과 손해를 다투는 것은 비합리적이기에 법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분식회계 건이다. 검찰은 "합병 성사 이후에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불공정 논란을 회피하고 자본잠식을 모면하기 위하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4조원 이상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재벌을 싫어하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는 금융당국이 분식회계가 아니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뀌자 금융당국이 입장을 180도 선회한 것이다. 

다수의 회계전문가들은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묵살했다. 당초 미국 회계기준을 따르다 유럽식 회계기준으로 변경하면서 기업에게 더 자율권이 부여됐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입장이다. 검찰이 삼성을 기소하면서 회계 감사를 한 회계법인들을 기소하지 않은 것이 전문가들의 반발을 피해 나가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

검찰은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만을 기소한 것이 아니라 삼성의 전문 경영인 10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사건 등 다른 사건으로 기소된 임원들도 다수 있다. 여기에다 범죄 성립 요건이 모호해 악용 가능성이 큰 배임 혐의까지 추가했다. 삼성 경영을 초토화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반드시 잡아넣고 말겠다는 수사팀의 결기가 보인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을 두번이나 기소했다며 수사팀은 박수를 칠지 모르지만 한국 경제의 생명선 가운데 하나인 삼성은 불확실성 속으로 항해하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에 시달리며 인사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삼성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브랜드 가치는 급락하게 될 것이다. 국가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투기 펀드 엘리엇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이 모든 것을 감안해서 수사중단, 불기소를 권고함으로써 검찰에 퇴로를 열어주었다. 하나 어떤 이유에서 인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맥을 추지 못하는 검찰이 한국 최대, 최고 기업에 대해서는 추상과 같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사권을 가진 권력자의 비리에 대해서는 무한히 관대한 검찰이 인사권은 없고 돈만 많은 삼성에 대해서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 집권 세력 보다 국가에 대한 기여도가 훨씬 더 큰 삼성에 대해 검찰이 이처럼 가혹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최고 기업, 최고 부자의 코를 꿰어 놓아야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들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인가. 앞으로 있을 긴 재판에서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라면 모든 경영 활동이 범죄"라는 경제계의 얘기를 귀담아듣기를 기대해 본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