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기존 집주인에게 있으면 '매수인 실거주' 거절 사유 안돼
[미디어펜=이다빈 기자]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을 두고 임대차 시장의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 낀 매물'의 매수인이 세입자 동의 하에 실거주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이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전세 낀 매물을 매매계약 할 때 세입자의 동의가 있으면 매수인이 실거주 할 수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다. 전세 낀 매물을 매매하는 매수인의 실거주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취지로 분석 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이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 서울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으로 기사와 관계없음./사진=미디어펜


계약갱신청구권은 집주인에게 거절 사유가 없으면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해 총 4년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법안은 매매계약 시 혼란을 빚었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시기(전세계약 만료 6개월부터 1개월 전)와 소유권이전등기 시점, 매수인의 실거주 희망 시점이 맞물릴 경우 매수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 할 수 있을지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국토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따져봐야 할 것은 소유권등기이전이 완료됐는지 여부다.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넘어간 상태면 해당 매수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 소유권이 아직 기존 집주인에게 있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실거주를 희망하더라도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 할 명분이 없다. 실거주 목적의 갱신청구권 거절은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의 실거주일 경우만 가능하고 제 3자인 매수인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유권 해석은 전세 낀 매물 매매계약 시 매수자 본인이 매수한 매물에서 실거주 할 수 있는 방편을 열어두겠다는 취지지만 집주인들은 이와 같은 유권 해석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의견이다. 집주인이 매수인 실거주를 위해 손 쓸 방안이 없다는 것이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서울 은평구에 전세를 내놓은 주택의 매매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집주인 A씨는 "매수 후에 실거주가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매수 희망자의 숫자가 달라져 가격 조정이 들어 간다"며 "전세가 껴있어 가격이 낮춰지는 것에 더해 계약갱신청구권 거절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가격이 더 낮게 조정돼 집주인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매수인이 실거주를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 할 수 있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기 6개월 전, 집주인과 매수인이 소유권등기이전을 완료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세입자의 갱신청구권 행사 가능 시기에 매매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매수자의 실거주 가능 여부가 온전히 세입자의 몫에 달리게 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권 해석은 소유권등기이전과 계약갱신청구권의 선후 관계를 명확하게 한 것으로 기본적인 골자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고 임대차 시장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으며 법안이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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