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구성 요건' 확립부터…수익 박탈 및 발견즉시 삭제 또한 필수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 잠입수사 보장 등 수사기법 보완 차원에서 입법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형사 처벌 자체와 양형 기준 등 관련제도 자체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의 경중 여부를 떠나서 한번 일어나면 완전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보이지 않는 피해가 막심하다.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더라도 이미 유출된 영상이나 이미지로 인해 피해자가 평생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다.

제2의 n번방을 막기 위해 어떤 보완입법이 이루어져야 하나 지혜를 모을 때다.

지난 4월 20대 국회는 성착취물 처벌 대상과 수위를 강화한 법안들을 본회의에서 처리했지만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 10일 '성폭력범죄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 성착취 동영상 제작 및 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사진=연합뉴스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은 처벌 대상을 기존 법조항에 명시된 판매·제공·전시·상영 외에도 불법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광고·소개한 사람'으로 확대했다. 이들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아동청소년법 개정안의 경우 성착취물 관련 모든 범죄에 대한 미수범까지 처벌하고 상습범은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관련 행위를 시도하는 것만으로 처벌된다.

수사기법 차원에서는 현재 국회에서 잠입수사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지난 6월 11일,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8월 4일 잠입수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이 신분을 위장해 수사할 수 있다.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 보안이 철저한 성착취물 공유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참여 희망자에게 본인 얼굴사진·금전·일정한 불법행위를 요구하고 이를 저질러야 가입시켜 주는 경우가 많아 신분 위장은 가장 기본적인 필수 수사기법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행법에서는 아동청소년 성매수를 위한 성적 유인(Grooming·그루밍)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종속을 이용한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성적 그루밍의 정의나 범죄구성요건, 범위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다.

또한 디지털 성착취를 접하거나 시도할 때 누구나 즉각 신고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 플랫폼 차원에서 24시간 신고체계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관련법 개선이 필요하다.

잠입수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가입 참여를 위장해 내부자로서 디지털 성범죄의 현장을 들여다보는 것 외에도, 수사관이 해킹이나 악성코드 등의 기술적 수단을 적극 활용해 다크웹상의 음란물 유통 범죄행위를 전면 감시할 수 있는 입법을 도입해야 한다.

   
▲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대화방인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24)과 함께 피해자를 협박한 안승진(25)이 6월 23일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북 안동시 안동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해자가 디지털 성착취물을 제작 거래 유포해서 얻는 수익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범인이 해외로 도주했거나 사망했을 때 등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도 범죄수익환수 대상범죄로 삼아 디지털 성착취물의 수익을 박탈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해의 핵심인 성착취물 발견 즉시 삭제하는 경우도 보완입법이 필요하다.

현재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을 모니터링하거나 제 3자 등이 발견했을 때, 해당기관은 보호자나 가족 등의 신고나 요청 하에 삭제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해당기관에서 영상물이나 이미지를 발견했을 때, 보호자나 가족의 신고나 요청 없이도 삭제하도록 하는 입법안이 적극적인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근절을 위해서는 다양한 후속과제를 검토한 후 시급한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유해 콘텐츠를 누구나 발견하는 즉시 신고하고 삭제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피해자들이 편히 잠잘 수 있을 것이다. 온갖 성착취물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