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경영정상화로 이익이 날때 까지 급여를 모두 반납하기로 했다.
26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권 사장은 이날 오전 울산 조선소 정문에서 출근하는 노조원들과 만나 호소문을 전달했다. 권사장은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오는 27일 부분파업 자제를 당부하며 회사가 정상화되어 이익이 날때까지 사장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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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전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정문 앞에서 출근길 직원들에게 호소문을 나눠주고 있다/사진=현대중공업 |
최근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진은 임원 30% 감축,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영업본부 통합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과 함께 본부별, 개인별 평가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성과위주의 연봉제를 전격 도입하는 등 고강도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한전기술 주식 매각을 완료, 1048억을 확보했다.[미디어펜=정창규 기자]
다음은 권오갑 사장의 <호소문>이다.
현대중공업 가족 여러분께
안녕하십니까. 현대중공업 권오갑 사장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많이 쌀쌀해 졌습니다.
가정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여러분의 손길을 떠올리며, 현중 가족 여러분께 이렇게 글을 드립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의 기업으로서 여러분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기업입니다.
이것은 임직원 모두의 노력 뿐 아니라, 가족 여러분들의 성원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회사를 위해 가족들과의 소중한 시간마저 포기해야 했던 여러분의 남편, 그리고 아들에 대한 믿음이 현대중공업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회사가 매우 어려운 경영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마주치게 만든 점에 대해 현대중공업 사장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단을 비롯하여 많은 임원들이 물러났고, 회사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어떻게 되겠지”하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회사 형편이 그렇게 쉽게만 생각할 상황은 아닙니다.
우리 회사의 대표업종인 조선만 해도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러분도 다 들어보셨겠지만, 공사할 때 필요한 인원수를 나타내는 수치로 공수(工數)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경쟁사보다 공수가 많이 발생하여 최근 입찰에서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회사가 경쟁사보다 거품이 많다는 것이고, 이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면 일감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원가가 높다보니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약 6~7% 가량 손실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살림이 건전한가에 대한 금융기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회사는 자금조달의 일환으로 발행한 채권의 만기도래에 대비하고, 회사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 3사가 보유한 주식 등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부채비율을 낮춰 우리 스스로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꼭 필요하지 않은 자산은 매각하여 회사 살림을 빨리 안정시켜 나갈 것입니다.
현중 가족 여러분, 저는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적당히 타협하고, 편한 길 가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보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전체적으로 12.6%의 임금이 올라가게 되고, 100%+300만원의 격려금도 지급됩니다.
사실 이것만 해도 회사는 많은 인건비 부담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파업이 벌어지면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르게 되고, 우리에게 가슴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파업은 회사손실만 늘어날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이런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금융기관, 언론, 고객 등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데 무슨 임금을 올려주느냐는 말을 합니다.
부채도 많은데 직원들 월급 올려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회사 제시안을 왜 철회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부임하기 전의 일이지만, 저는 그래도 회사가 공식적으로 한 약속인 만큼 그 약속은 지키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처럼 회사의 수정된 최종안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시는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회사는 더 이상의 임금인상은 제시할 수 없습니다.
올해만 임단협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정상화되어 이익을 많이 내면 그만큼 보상을 할 것입니다.
지금은 회사가 어려운 시기이며, 우리 모두 우리가 처한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국민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금융기관들도 우리가 어떻게 처리하는 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현중 가족 여러분, 저는 회사 상황이 어려워진 것에 대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지 못한 경영진의 잘못이라고 말씀드렸으며, 진심으로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어떻게든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남의 일 이야기하듯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 회사고, 내 직장인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해주겠지 하면서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능력에 맞는 충분한 대우를 해줄 것입니다.
회사의 경영상황이 좋아지면 그만큼 일 잘하는 사람에게 돌려줄 것입니다.
일을 열심히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회사는 미래가 없습니다.
현중 가족 여러분, 잘못된 판단으로 파업에 들어가 여러분 가족의 삶의 터전이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회사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어 자랑스러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여러분께서 묵묵히 보내주신 그 성원과 믿음을 다시 한번 발휘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저는 우리 회사가 반드시 재도약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과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사장으로 부임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지만, 오직 회사 발전만을 생각하고 하루하루 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 사명감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제 저는 회사 경영이 정상화되어 이익이 날 때까지 사장 급여 전액을 반납하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하면서 생각했던 제 다짐을 되새기고, 우리 현중 가족 모두가 마음을 한데 모아 같은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면 우리는 분명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저는 꼭 그렇게 할 것이고, 여러분과 힘을 합쳐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겨울이 다가옵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 따뜻한 봄을 함께 맞이하자는 다짐으로 글을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1월 26일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권 오 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