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공정법 개정 찬성…김종인, 삼성·현대차 족쇄 채우나
'기업은 적' 구시대적 인식 탈피해야 보수 재집권도 복지국가 실현도 가능
편집국 기자
2020-09-16 10:58

176석의 거대 여당을 거느린 문재인 정권이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반기업적'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19와는 별개로 공정한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말해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 입장을 고려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기업은 악', '노동자는 선'이란 이분법적 사고에 바탕을 둔 문재인 정권의 기업 규제 입법 폭주에 보수 야당이 제동을 걸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경영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상법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때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소액주주의 경영감독권 강화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소송 남발을 초래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모회사의 소수 지분을 취득한 국내외 투기자본은 자회사에 대한 소송 제기를 빌미로 가뜩이나 지분 구조가 취약한 국내 대주주를 압박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경영 결정을 끌어낼 수도 있다. 이런 경영권 침해 우려 때문에 전세계에서 이 제도를 입법화한 나라는 일본뿐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제도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서 대주주의 영향권을 배제한다. 1주1표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이 깨지는 것은 물론, 국민연금이나 국내외 투기자본이 의결권을 행사해 자기 쪽 사람들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삼성이나 현대차 그룹을 맹렬하게 공격했던 투기 자본 엘리엇이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감사로 임명할 수 있게 된다. 또 좌파 정권이 집권하면 국민연금 등을 동원해 노조나 좌파 시민단체 출신을 감사로 임명할 수도 있게 된다.


   
문재인 정권이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반기업적'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은 악', '노동자는 선'이란 이분법적 사고에 바탕을 둔 문재인 정권의 기업 규제 입법 폭주에 보수 야당이 제동을 걸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경영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국민의 힘 제공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진 전속고발권 폐지를 골자로 한다. 공정위를 통하지 않고 검찰이 수시로 기업에 대한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반기업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검찰의 기업인 수사가 난무하게 될 것이 뻔하다. 


경영계는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주주의 경영권,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라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지만 제1야당을 이끄는 김종인 위원장의 원칙적 지지 의사 표명으로 입법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힘은 김종인 위원장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데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그의 좌파적 경제철학은 오랜 뿌리를 갖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1991년 노태우 정권의 경제수석으로 일하면서 대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을 강제한 바 있다. 또 2012년 한나라당,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도 경제민주화를 주창해 왔다.


문제는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철학이 이미 한국의 경제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고도성장기 부동산 투기목적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을 취득한 기업들도 있었지만, 한국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때 취득한 부동산의 상당수는 공장 확대 등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난 경우도 많다. 기업에 착취당하는 노동자 보호를 소신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노동자의 권리가 너무 커져 문제가 되고 있다. 


재벌 해체도 소신이지만 금융시장 개방과 기업혁신 등으로 기업의 가치가 너무 커진 가운데 높은 상속세로 인해 가뜩이나 지분율이 낮은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상속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개방 경제 속에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며 일본, 미국, 독일 등 선진국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냉혹한 '국제 경쟁'의 현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종인 위원장은 금산분리, 이른바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 불허를 주장한다. 산업자본이 국민의 저축을 다 말아먹고 망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시대착오적 사고라는 비판을 받는다. 오히려 낙후된 금융산업에 산업자본이 뛰어들어 혁신해야 금융산업이 고도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카카오나 네이버가 뛰어난 IT기술을 바탕으로 금융산업에 진출해 각광을 받으며 발전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문재인 정권과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라는 허울뿐인 구호 아래 삼성, 현대, LG, SK, 셀트리온,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에 족쇄를 채우면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진행된 반기업, 친노동 정책으로 허약해진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전대미문의 충격 속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법치주의, 시장경제, 사유재산제, 개인과 기업의 자유 존중, 작은 정부 등 보수 가치를 이어받은 정당인 국민의 힘과 그 지도자인 김종인 위원장은 이 어려운 시기에 보수주의 원칙으로 회귀해 기업을 지킴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기업을 키워야 정권교체도 할 수 있고 복지국가도 실현할 수 있다. 기업과 노동자는 공존의 파트너가 된 지 오래다.


한국 최고의 명문 집안 출신으로 서민은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웠던 시절 독일 유학을 하고 돌아온 특권층의 한 사람인 김종인 위원장이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구시대적 좌파 철학을 버리고, 시대변화를 수용한 실사구시의 세계로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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