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경영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이후 첫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는 대체시장 공략 전략 '아세안 태스크포스(TF)'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영업담당 부회장시절부터 노력해왔던 프로젝트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 이 프로젝트는 중국시장을 대신할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현대차그룹의 판매망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1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베트남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선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위축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판매 절대치는 감소했지만 점유율은 확대하고 있다.

앞서 2017년 초 현대차그룹은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나서며 중국 현지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이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중국의존도가 높은 당시의 판매망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렇게 발족된 것이 아세안TF였다. 

아세안TF의 시작은 가동률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중국 공장 활성화 방안 수립과 동남아시장 확대를 기본 목표로 삼았다. 회사 내에서 아시아 지역 전문가로 꼽히는 정방선 이사(현 아·중동권역 본부장 상무)를 팀장으로 해 동남아시아 영업 경험이 많은 팀원들을 배치했다.

전략적 목표는 거점 마련이었다. 아세안은 1967년 설립된 동남아 국가 연합체를 말한다. 태국과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10개국이 참여 중인데 이들 사이의 무역에는 다양한 품목의 무관세가 존재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 대수(2019년 기준)는 약 330만 대다. 글로벌 전체 판매량(약 8500만대)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연간 1500만 대가 넘게 팔리는 중국과 비교해도 20% 수준이다. 

수치로만 보면 큰 시장이 아니지만 아세안에 포함된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이 많아 잠재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는 곳들이다. 이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아세안TF를 발족하고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아세안TF의 지난 2년간의 성적표는 양호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베트남 현지기업 '탄콩'과 세운 합작법인이 효과를 톡톡히 냈다. 현대-탄콩은 출범 이후 부동의 1위였던 일본 토요타의 왕좌를 빼앗았다. 

베트남 자동차 생산협회(VAMA)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브랜드는 현대-탄콩이다.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총 7만9568대를 판매해 토요타(7만9328대)를 근소하게 앞섰다. 기존에 자리를 잡고 있던 혼다와 마쯔다는 각각 3만3102대와 3만2731대로 큰 격차를 보였다. 

2위와 격차가 미미하지만, 현대-탄콩이 본격적으로 출범한 원년 기록인 만큼 현대차 내부적으로 호평되고 있다. 전체 시장(약 32만2000대)을 고려해도 점유율이 25%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 1분기 1만5362대를 판매한 현대-탄콩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2위 토요타(1만3748대)와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현대차는 베트남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상반기에도 총 2만5358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21.3%로 1위를 사수했다.

합작법인을 출범한 베트남과 달리 인도네시아에는 직접 투자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15억5000만달러(약 1조8200억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생산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밝린 바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일본차 점유율이 96%에 달할 만큼, 현대차 역시 현지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우리 정부의 '신남방 정책'의 핵심 국가다. 

양국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실질적으로 타결되며 자동차 강판 용도로 쓰이는 철강 제품(냉연·도금·열연 등), 자동차부품(변속기·선루프) 등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되기도 했다.

3분기 현재 전체 공정의 약 40%가 완공된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은 내년 하반기 양산에 나선다. 15만대 규모로 출발해 향후 25만대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진정 기미를 보이게 될 2022년부터 본격적인 현지 생산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인도를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 확대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인도 현지에 소형 스포츠유티리티차량(SUV) 셀토스를 론칭한 기아차는 약 5개월 동안 4만5292대를 판매해 중형 SUV 시장에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차는 코로나19 사태이후 인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됐으나 현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선방 중이다. 소형SUV와 현지 전략형 소형차 등을 앞세워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 베트남 합작공장과 기아차 인도 공장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며 "특히 내년 하반기 준공되는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역내 무관세 혜택이 유효한 만큼, 인도네시아 생산분을 다른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