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당직에 초선 전면 배치, 보궐선거 후보도 초선 띄우기
중진 힘 빼기라는 해석도, 당내 갈등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이후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 바탕에는 당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이 존재한다.

김 위원장의 ‘초선 사랑’은 공공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비대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원내에서는 다선 중진의원들이 배제됐다. 성일종(재선), 김미애(초선) 의원만이 비대위에 포함됐다. 정강·정책특별위원회에서도 윤희숙·김웅·박수영 의원등 초선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6월에는 ‘초선 공부모임’에 강사로 초청됐다. 비례대표 초선들이 대부분인 당시 공부모임에서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입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뭐 하나 남기고 가겠다는 각오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국민의힘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초선의원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당내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일부 초선에게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천을 담당하는 김 위원장이 ‘신선함’과 ‘전문성’을 차기 보수 야권 리더의 자질로 꼽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도 지난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와 관련해서는 "초선도 능력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선 출신 시장이 나오면 민주당이 구청장·구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이들을 장악할 수 없지 않으냐'는 질문엔 "초선이나 재선, 삼선이나 그 점에서 크게 구분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장 후보에는 윤희숙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의원은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본회의 5분 연설로 주목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윤 의원을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에 빗대며 치켜세우며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에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시장 후보에는 박수영, 김미애 의원이 거론된다. 자수성가한 김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인생 스토리 자체가 보수의 가치’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초선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권유로 당내 상설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24일 국회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행정가 출신의 박 의원은 대표적 소장파인 남경필 전 경기지사와 함께 경기도청에서 호흡을 맞췄다. 국회 입성 이후에는 남 전 지사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도지사 좀 만납시다’와 유사한 ‘국회의원 좀 만납시다’를 통해 밀착형 정치를 펼치고 있다. 보좌진에도 남 전 지사의 측근을 채용한 만큼 과거 ‘남원정’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초선 사랑’이 결국 ‘중진 힘 빼기’라는 측면에서 당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경제 3법’과 당색 결정 과정에서 당내 중진 의원들이 반발할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최고중진연석회의 등을 통해 당 지도부가 중진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었다”면서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초선 중심으로 당이 꾸려지면서 중진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사실이고, 이에 따른 불만이 내부적으로 쌓여가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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