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소각’ 다른 주장…통지문 "월북" 없어…‘6시간 골든타임’ 허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측이 25일 통지문을 보내와 최고지도자의 ‘대단히 미안하다’는 표현을 포함해 미안함을 두 번씩이나 사용해  사과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선원이 북측해상에서 사살된 것에 대해 여전히 남은 의혹이 있다.

북측 해상에서 사살된 공무원 A 씨가 월북했다고 정부는 밝혔지만 북측 통지문에는 월북이란 말이 없다. 우리 군은 A 씨가 태워졌다고 했고, 청와대도 시신 훼손을 인정했지만 북은 반발했다. A 씨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에 청와대는 핫라인이 단절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번에 통지문도 왔고, 최근 정상간 친서도 오갔다.

먼저 북측은 A 씨가 아니라 부유물만 태웠다면서 우리의 만행 규탄에 반발했다. 따라서 사살된 우리 국민을 현지에서 태웠다고 파악한 남측 첩보가 맞는지, 시신은 사라졌고 부유물만 태웠다는 북측 주장이 맞는지 가려내야 할 상황이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40~50m 거리에서 A 씨에게 10여발 총탄으로 사격했고, 이후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부유물 위에 사람이 안보여서 부유물만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밝혔다. 물론 '만행' 지적을 피해가려는 거 짓보고를 바탕으로 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측이 A 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고 밝혔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측이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 40분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보기에 40분은 너무 긴 시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명 조끼를 입은 A 씨가 총격을 받았더라도 금방 가라앉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측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이 보이는 우리 영해에서 해군 함정이 경비하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해안이 등산곶 인근 해안이다./연합뉴스

다음 북측에서 피격돼 사망한 A 씨가 월북한 것인지, 표류한 것인지 여부도 가려내야 한다. 정부가 A 씨 사망까지 6시간을 허비했다는 논란과도 관련이 있다. 

합참은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정보 분석 결과 실종자가 구명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어업지도선을 이탈할 때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월북 의사를 표명 식별'이란 A 씨가 북측 군인에게 월북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감청으로 탐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25일 국회 정보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SI상 본인이 월북했다는 표현이 있어서 국방부가 그렇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군의 ‘SI’(Special Intelligence)란 북한군 통신을 감청해서 확보한 정보를 말한다.

하지만 북측은 통지문에서 ‘월북’이라는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정체 불명’ ‘불법 침입’으로 표현했다. 북측은 “북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며 “처음 한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 계속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더 접근해 두발의 공포탄을 쏘자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했다.

북측이 월북 의사가 있었던 사람을 사실했다고 한다면 망명자를 사살한 것이어서 더 큰 비난 소지가 있어 거짓 해명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A 씨의 유가족들이 정부의 월북 발표에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하는 만큼 이 의혹도 밝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통지문을 받을 수 있었고, 이번에 최근 남북 정상간 친서도 주고받은 사실이 공개된 만큼 남측 국정원과 북측 통일전부 간 핫라인이 살아있었는데도 왜 정부가 A 씨를 구조하기 위해  북에 연락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와 관련해 군은 북측이 A 씨를 사살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NLL 북쪽에서 사건이 발생해 군사작전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실종) 신고를 접수하자 탐색 전력을 동원해서 찾는 노력을 했고, (A 씨가) 북한에서 구조돼 이런 저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정부 설명 가운데 가장 무책임한 답변이었다.  

북측이 통지문을 보내면서 앞서 우리 정부의 요구 사항인 사과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요구 가운데 사과와 재발 방지책은 이뤄진 셈이다. 이번에 남측은 감시 태세 강화, 북측은 안전 대책 강화를 언급하며 재발 방지를 언급했다. 따라서 남은 과제는 보다 정확한 진상 규명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 노력 미비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해 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