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8개꼴 규제 신설·강화…정경유착 보다 노정연대가 더 문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하루 평균 8개꼴의 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됐다. 규제의 천국이라는 위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형평성과 공정을 위배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이다. 정책은 신뢰를 잃고 시장은 고장났다. 기업에는 지옥이고 노조에는 천국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이뤄진 규제는 8620건으로 집계됐다. 정부 입법으로 신설·강화된 규제는 3151건, 의원 발의로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는 5469건이었다. 

연평균 2873개, 하루 7.9개꼴로 규제가 쏟아졌다. 지난 3년간 규제개혁위원회에 신고된 법안으로 역대 정부나 국회와 비교했을 때 최고 수준이다. 이중 95% 이상이 규제개혁위의 심사를 거칠 필요가 없는 비중요 규제다.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남발해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고 신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국경 없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다. 권 부회장은 "그간 불합리한 규제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개방형 병원, 외국학교 유치, 복합 레저시설 등이 모두 안 됐고 우리가 먼저 시작한 동북아 금융허브·물류허브도 뒤늦게 출발한 상하이, 싱가포르에 다 뺏겼다"고 안타까워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경제는 아무도 가보지 못한 불확실성에 빠졌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세계 각국이 규제를 풀고 세제 혜택으로 기업의 짐을 덜어 주고 있다. 국제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반기업 규제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폭주하고 있다.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기는커녕 연일 강력한 기업규제 폭탄을 쏘아대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은 사실상 '기업규제 3법'의 그럴싸한 포장일 뿐이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은 경제계가 모두 나서 재검토를 요청하고 있지만 기어이 밀어붙일 태세다.

   
▲ 지금 한국경제는 수상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년들은 주식과 주택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하고 있다. 정부 는 신뢰를 잃었고 정책은 먹혀들지 않고 있다. 가계, 기업, 정부 할 것 없이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벌써부터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한 '소송 쓰나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소송전과 손해배상에 대한 부담은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한다.

경영권 위협에 대한 노출 위험성도 높아진다. 과거 소버린이 SK그룹을 공격하였고 엘리엇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공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기업은 문제 수습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허비했다.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 투기자본의 기업 공격이 더욱 쉬워져 이런 일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심지어 보수야당까지 기업과 기업인을 적폐이자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 정부는 전시 경제, 혁신 성장, 일자리를 부르짖으면서 현실은 혁신 주체인 기업을 온갖 규제로 옥죄고 있다. 기업인은 언제나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잠재적 범죄자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의 희망은 없다.

반면 노조를 향한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 '노조 편들기'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재계가 수차례 탄원하고 재고를 호소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직장 점거 금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사측의 방어권을 국제수준으로 보장해 달라는 요청했지만 무시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에선 직장 점거가 금지되고, 미국 일본 영국은 파업 시 대체근로가 허용된다. 공정경제라면 상법이나 공정거래법을 개혁하더라도 노동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기업인이 밉더라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경영권에 대한 보호 장치 역시 도입되어야 한다.

반기업 정책은 끝이 없다. 법인세 인상, 주 52시간,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등 그동안 추진한 것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앞으로 집단소송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임, 공정 거래 전속 고발권 폐지, 해고자 노조 가입, 노동 이사제 등 끝도 없이 예고되어 있다. 

반기업 정책은 곧 친노동 정책이다. 툭하면 정경유착 심판을 와쳤던 이들에게서 '노정연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노조법 개정안뿐만이 아니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직무급제 도입 백지화 등 대부분의 노동정책이 노동계의 주장대로다. 

지금 한국경제는 수상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물 경제지수는 모두 바닥인데 증시는 활황이고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다. 청년들은 주식과 주택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하고 있다. 정부 는 신뢰를 잃었고 정책은 먹혀들지 않고 있다. 가계, 기업, 정부 할 것 없이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투자는 회복될 기미가 없고 최저임금은 크게 올랐지만 서민들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졌다. 얼어붙은 고용은 해빙 조짐이 없다. 투자와 고용은 기업에서 나온다. 경제와 일자리를 살리고 싶으면 규제 완화와 반기업 정책을 수정하면 된다. 한국 경제가 사는 길도 그 안에 있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