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금호건설의 올해 추석은 차분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실패로 그룹 재건의 꿈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흔들리며 아시아나항공의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리스크도 한몫했다.

최근 공정위는 저리로 자금을 대여하는 등 금호고속을 조직적으로 지원한 금호아시아나그룹 9개 계열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했다. 금호산업 152억원, 금호고속 85억원, 아시아나항공 82억원 등이다.

또한 공정위는 박삼구 전 회장과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박홍석 전략경영실장, 윤병철 전략경영실 관리담당),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로 검찰에 고발했다.

15년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금호건설의 2005년 추석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금호건설은 2005년 시공능력평가순위 9위를 기록했다. 금호건설이 10위권 안에 자리 잡은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금호건설은 “(시공능력평가는) 단순한 시공실적뿐만 아니라 해당업체의 재무구조와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며 “10위권 재진입을 계기로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듬해에는 시공능력평가순위 2위였던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단숨에 업계 1위 건설기업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인수로 인한 무리한 차입 경영은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2010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등을 겪으며 위기에 빠졌다.

   
▲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사진=미디어펜

금호건설의 시공능력순위도 다시 추락했다. 2018년에는 전년보다 8계단 하락하며 역대 최저 순위인 23위를 기록했다. 특히 경영평가액은 전년(2496억원)보다 대폭 하락하며 1610억원을 기록했고, 공사실적평가액(8316억원→7954억원)과 기술능력평가액(3997억원→3189억원)으로 감소했다. 금호건설의 시공능력평가순위는 지난해 20위로 소폭 상승했지만 올해 다시 23위로 떨어졌다.

시공능력평가는 건설사의 재무구조와 성장성을 종합적으로 나타낸다고 강조했던 금호건설이다.

그룹의 사세도 중견기업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 한때 7위까지 기록했던 재계 순위는 6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잇따르며 주택시장은 침체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분양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분양한 단지들의 청약 성적도 시원치 않다.

올해 상반기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분양한 3개 단지 모두 1순위 청약에서 미달되는 수모를 겪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이 브랜드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인지도 하락은 조합원이 주체인 정비사업 수주에도 직격탄이다. 조합운영비 등 자금지원이 원활하지 못하고, 일반분양 실패로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상승시키고, 하자 보수마저 원활하지 못한 건설사. 현시점에서 금호건설을 바라보는 일반 조합원들의 시선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을 앞세워 경쟁력을 자랑했던 공항 공사 발주도 늦어지고 있다. 실제 제주 제2공항 건설공사(사업비 4조8700억원 규모)와 김해신공항 건설공사(5조9600억원 규모)가 올해 발주가 예상됐지만 모두 지연되고 있다.

1967년 제일토목건축로 시작한 금호건설의 50년 역사가 풍전등화에 놓였다. 눈과 귀를 닫고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금호건설의 2020년 추석은 침통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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