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란・알비스 대체제로 케이캡・에스메졸 급부상
   
▲ HK이노엔 위산분비억제제 '케이캡'./사진=HK이노엔

[미디어펜=김견희 기자]HK이노엔의 위장약 '케이캡'이 라니티딘 사태로 발생한 시장 공백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캡은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의 혁신신약으로 지난해 3월 출시한 이후 위장약 시장서 급부상 중이다. 의약품 시장조시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케이캡의 올해 1~8월 처방액은 437억원을 기록하면서 처방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빠르게 처방 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프론트 펌프 억제제(PPI) 계열 약물의 단점을 보완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 시장의 좋은 반응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PPI의 경우 장기간 복용했을 때 칼슘 흡수를 저해하고 식후에만 복약할 수 있는 제한이 따른다. 또 약효가 느리고 지속시간이 짧은 게 단점이다. 반면 케이캡은 약효 발현도 빠르고 식전이나 식후 상관없이 복약할 수 있어 복용 편의성이 높다. 
 
라니티딘 계열 의약품의 공백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암 추정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라니티딘 초과 원료 의약품  269개 품목에 대한 판매 중지, 회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2018년 수입・생산실적 기준으로 위장병(소화성궤양) 치료제는 약 1조511억원이며, 이 중 라니티딘 함유 의약품은 2664억원으로 약 25%를 차지했다. 판매 정지로 2500억원이 넘는 시장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국내 시장 단일제 기준으로는 일동제약 '큐란'이, 복합제는 대웅제약 '알비스(라니티딘·비스무트시트르·수크랄페이트)'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2018년 사업보고서 기준, 큐란의 한해 매출은 222억원, 알비스 매출은 584억원 규모다. 일동제약과 대웅제약의 부재로 대체제를 보유한 기업들이 반사이익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 보령제약이 보유한 위장약도 시장에서 급부상 중이다.

한미약품에서 판매하는 PPI 계열 의약품 '에스메졸'의 올해 1~6월 상반기 처방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4% 증가한 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대로라면 8월까지 처방액은 3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또 상반기 동안 라니티딘과 동일한 H2RA 계열 '한미 파모티딘'도 전년 5억원 대비 6배 증가한 31억원을 기록했다.

보령제약의 라푸티딘 성분인 '스토가'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유비스트 기준 올해 1~8월 처방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늘어난 13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동아에스티의 파모티딘 성분 위장약 '가스터'도 1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처방액 38억원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라니티딘 의약품 대체제로 많이 처방되기도 했고, 일동제약과 판매 제휴를 통해 처방액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니티딘 계열 의약품의 부재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기업들이 줄을 잇는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 정보에 좌지우지 되는 국내 의약품 안전 관리 실태가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보건당국은 위장약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미국을 통해 파악한 이후 조사에 들어갔다"며 "외국 정보에 의존할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의약품 안전을 위해 예방하고 감시하는 활동을 펼쳐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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