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으로 파업일수 일본의 172배…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잡아야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인 한국의 노동경쟁력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임금근로자 1000명당 파업, 태업 등 노사 갈등으로 발생한 근로 손실 일수는 4만2327일로 245일인 일본의 172배에 달한다. 6036일인 미국의 7배다. 노조가 무서워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결코 엄살이 아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41개국 중 13위였다. 반면 노사 협력은 130위, 고용·해고 관행 경쟁력은 비교 대상 141개국 중에서 102위였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 용이성은 100위, 임금 결정 유연성 경쟁력은 84위에 그쳤다. 대기업 귀족노조로 편향된 친노조 정책이 빚은 결과다. 

노동시장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증 기저질환으로 가장 시급하게 수술되어야 할 부분이다. 마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동관계법 개정을 제안했다. 늦었지만 반드시 손보고 넘어가야 할 시대착오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기회다. 

이에 대한 거대여당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는 실망감을 넘어 경제계와 노동계를 바라보는 이중적 잣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기업의 아우성보다는 정권 창출의 우호세력인 노조의 심기 관리와 표를 의식한 태도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정경유착에 눈에 불을 켜든 이들의 냉소는 스스로 노정연대를 자인하는 셈이 됐다.  

지난 6일 이낙연 대표는 경제단체장과 기업사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 규제 3법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글로벌 기준보다 과도하게 높은 규제"라며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며 제고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공정경제 3법은 기업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읍소하는 경영인들의 호소에 귀를 닫았다. 

   
▲ 노동시장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증 기저질환으로 가장 시급하게 수술되어야 할 부분이다. 경제가 벼랑 끝이다. 일단 사는 법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 규제보다 노동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김종인 위원장이 제안한 노동관계법 개정에 대해서는 "지금은 노동 안전성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시기"라며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임금을 유연하게 하자는 메시지는 노동자에게 매우 가혹하게 들릴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치적 우군인 민노총 등 노조의 보호에 여당 대표가 총대를 맨 모양새다. 청와대 역시 논의할 만큼 했다면 정기국회 통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위원장의 노동법 개정 취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성역이나 마찬가지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노동법을 만들자는 취지다. '컨베이어벨트 시대'에 멈춰 서 있는 근로기준법을 코로나 이후 4차 산업혁명의 전환 시기에 맞춰 나가자는 것이다.

'공정경제 3법'은 기업규제를 담은 옥죄기 법안으로 불공정하다. 더욱이 현정부 들어 친노동, 반기업으로 폭주하면서 기우러진 운동장은 아예 기업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 파업 중 대체근로 금지 규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다.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와 강성 노조에 지친 기업들은 해외로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최근 2년간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38%나 늘었다. 2000년 이후 기준으로 보면 800% 이상 폭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000년 54억 달러, 2005년 74억 달러, 2010년 255억 달러, 2015년 304억 달러, 2018년 498억 달러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는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더 더욱 노동개혁을 미뤄서는 안된다. 지금이야말로 노동개혁의 최적기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이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보좌파 정권이 앞장서 노조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10%의 귀족·강성노조에 좌우되는 것이 한국의 노동현실이다. 노동관계법은 대기업 귀족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파업권을 휘둘러도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 사측은 직장 폐쇄 외엔 대항할 수단이 없다. 직장 폐쇄는 기업이 사리지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온갖 소송만 남발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 시킨다. 

근로자 중 88%는 노조에 가입조차 하지 못한 비노조원이다. 이들은 노조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다 보니 현재의 노조법은 소수의 대기업과 공기업 귀족 노조의 철밥통을 지켜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민노총은 법 위에 군림하는 막강 권력이 됐다. 노조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있다. 

노조의 정치화는 결국 강성·귀족노조를 옹호하는 거대야당과 정부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기업을 옥죄면 일자리가 사라진다. 노동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기업은 노조 리스크로 극심한 타격을 입고 청년층과 실직자들의 취업 기회는 원천 봉쇄된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는 일자리를 늘리고 비취업자의 노동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강성 노조가 꿰차고 앉은 대기업, 공기업 등의 철밥통이 깨지지 않으면 취업기회조차 없다. 노동시장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민노총 등 노조권력의 기득권 수호자를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다. 

기업의 팔을 비틀고 목을 옥죄기 전에 기울어진 노사관계의 균형추부터 맞춰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 없이는 기업의 경쟁력도 취업의 문도 열리지 않는다. 기업규제 3법 개정에도 경영계의 목소리를 적극 경청해야 한다. 

쇠뿔 바로 잡으려다 소를 잡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혹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망우보뢰를 범해서도 인된다. 경제가 벼랑 끝이다. 일단 사는 법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 규제보다 노동법 개정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