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3세 경영 시대 열어…정부, 친노동·반기업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오늘의 현대차그룹이 있기까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국산차를 개발했고 2세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의 세계화 전략을 이끌었다. 현대가는 남다른 뚝심과 승부사의 기질, 기업가 정신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이다. 어제 3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신임 현대차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코로나19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도전과 과제의 시대에 무거운 중책을 맡았다. 자산 기준 국내 재계 2위(234조원)인 대기업의 방향타를 잡았다.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12%, 고용의 7%를 차지하는 핵심 기간산업이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사령탑에 오른 정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국내외 판매 감소라는 악재와 자동차산업 자체가 격변의 소용돌이 시대를 맞고 있어서다.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배터리로 동력원이 바뀌면서 글로벌 업체들이 사활을 건 구조 전환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친환경·미래차 시대가 본격 열리면서 테슬라 같은 혁신적 전기차 회사가 등장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에 엄청난 도전이자 미래의 길이다. 수많은 과제 속에 출범한 정의선호지만 현대차그룹에 거는 안팎의 기대감은 크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정의선 신임 회장을 검증된 경영자로 호평했다. 로이터는 "정 회장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평가받는 독일 아우디·폴크스바겐 출신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기아차의 반등을 이끌었다"고 극찬했다. 

일본 닛케이 신문은 "지난 5~10년간 현대차는 정체기를 맞고 있었는데 정의선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빠르게 미래 자동차로 전환했다"며 "CASE(커넥티드,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기업과 파트너십을 잇따라 구축"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신임 현대차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정 회장은 코로나19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도전과 과제의 시대에 무거운 중책을 맡았다. '정의선 시대'를 맞아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신임 회장의 경영 능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년간 수석부회장으로서 그룹 혁신을 진두지휘하면서 현대차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4위권을 유지하고, 수소전기차 분야에선 독보적 입지를 구촉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등 미래시장 선점에도 앞서 나갔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정체기에 머물면서 판매 한계에 부딪히자 정 회장은 외부 인재 영입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과감한 도전이자 승부수였다. 대중적 이미지의 현대차를 고급 브랜드 이미지로 재탄생 시켰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선도하면 친환경차·자율주행 경쟁에도 리더십을 발휘했다.

정 신임 회장은 부회장 시절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을 위해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 출신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를 수장에 앉혔다. 벤틀리 출신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 담당 부사장을 영입했다. 람보르기니 디자인을 담당했던 필리포 페리니 디자이너를 선행디자인스튜디오 총책임자 상무로 선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제네시스는 코로나19 위기 속 현대차 수익 개선의 일등 공신이 됐다.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 글로벌 인재 영입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연구개발본부 파워트레인 담당 임원으로 알렌 라포소 전 PSA 수석 부사장을 선임했다. 지난 6월에는 다임러트럭의 전동화 부문 기술 개발 총괄 출신 마틴 자일링어를 상용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수소전기 트럭·버스와 자율주행트럭 등 미래형 상용차 개발에 가속도가 기대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토마소 포지오 교수와 다니엘라 러스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AI 기술 수준을 높여 미래차 개발 경쟁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 모셔널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3일엔 싱가포르에서 미래차 혁신센터 기공식을 가졌다. 지난해 가을 정 회장은 현대차의 미래를 "자동차가 50%, 개인용 비행자동차(PAV)가 30%, 로봇이 20%인 회사" 비전을 제시했다. 땅과 하늘에서 사람들의 이동을 돕는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선포다. 

정 회장의 미래 행보는 국내외를 넘나든다. 해외 인재 영입과 함께 국내 기업과도 전략적 동반관계를 끈끈하게 이어가고 있다. 올해 삼성 이재용, SK 최태원, LG 구광모 회장을 잇달아 만나 배터리 동맹을 구축한 것도 신선하다. 대기업들이 상호협력하는 문화와 시너지를 이끌어 내는 데도 정 회장의 리더십이 기대된다.

'정의선 시대'를 맞아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자유롭게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일자리 보고이자 제조업의 중추인 동시에 수출 효자다.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이런 기업이 세계 1등으로 우뚝 설 때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도 살아난다.

현대차그룹이 안고 있는 과제인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반기업 정서가 판치는 한국에서는 무조건 재벌 체제는 나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좋다는 이분법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싱가포르 국립대 신장섭 교수는 "실증 연구 결과를 보면 전문경영보다 가족경영이 평균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노동 유연성 확보가 절대적이다. 노동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도 없다. 기업규제로 폭주하는 친노동·반기업 정책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정의선 시대'를 연 현대차그룹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끌 기업을 응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장을 연 현대차그룹이 테슬라를 뛰어넘어 세계 차 산업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이자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