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지난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했다. 고(故) 이 회장은 반도체 기술 개발뿐 아니라 건설 산업 부문에서도 적지 않은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삼성물산이 초고층 건축물 시공에 있어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게 된 배경에는 ‘남과는 다르게, 크게’를 강조한 고 이 회장의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1년 타워팰리스를 건설하며 초고층 건물 건설 노하우를 하나하나 습득했다. 타워팰리스는 초고층 주상복합 개념을 새로이 도입한 신개념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성물산은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건설할 세계 최고 빌딩 ‘부르즈 칼리파’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부르즈 칼리파는 높이 828m·163층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초고층 공사는 단일 공간에서 많게는 4000명이 넘는 작업인원과 수많은 자재 그리고 건설장비들이 물흐르듯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고난이도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기존 거푸집 방식으로 한층을 올리는데 일주일 이상이 소요되던 것을 거푸집 자동상승시스템을 도입해 3일에 1개층을 올리는 획기적인 기술을 적용했다. 

또 80메가파스칼의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지상 600m 이상 쏟아올리는 기술, GPS를 이용한 수직도 관리, 길이 143m, 무게 430t 첨탑을 건물내부에서 유압잭으로 밀어 올리는 기술 등 획기적인 기술을 도입했다. 

부르즈 칼리파는 2000년대 한국 건설산업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동시에 삼성물산이 건축 당시 도입한 다양한 기술들은 초고층 건설기술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고 이 회장도 부르즈 칼리파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10월에는 미국과 유럽 출장을 마친 뒤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상무와 함께 두바이에 들려 현장을 직접 살피는 등 각별히 챙겼다는 후문이다. 

이 자리에서 고 이 회장은 직원들에 “삼성과 우리 경제의 진정한 버팀목”이라며 격려하는 동시에 “기술을 배우고 축적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삼성물산이 이처럼 세계 건축 시장에 적극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해외 진출에 대한 고 이 회장의 끊임없는 주문 덕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2년 4월 열린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중공업·건설 부문 사장단의 업무 보고를 받고 크게 반긴 것도 잘 알려진 일화다.

당시 사장단이 “서로 협업해서 발전 플랜트와 해외 플랜트 분야를 본격적으로 키우겠다”고 하자 고 이 회장은 “방향을 잘 잡았다”면서 “(건설·중공업 부문 사업에서 삼성은) 국내에서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삼성이 만든 제품은 안전하다. 20년, 30년이 가도 문제가 없다는 평판을 얻도록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던 고 이 회장의 뜻처럼 삼성물산은 정부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에서 2020년까지 7년 연속 1위를 수성하는 등 국내외에서 한국 건설사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은 싱가포르와 미국, 인도 등 총 6개국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다 수상을 기록했고, 최근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주최한 2020년 안전경연대회에서 총 6개 부문을 수상하며 안전관리 역량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