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어 27개국 EU, 진통 끝 오콘조-이웰라 나이지리아 후보 지지 합의
미국‧아시아‧중남미 국가 유 본부장 지지…컨센서스 도출까지 시간 걸릴듯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인 최초로 결선에 출마해 관심을 끌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결과가 27일(현지시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유 본부장은 응고지 오콘조-이웰라(66)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함께 WTO 사무총장 선출 최종라운드에 올라 경합 중이다. WTO는 16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27일(현지시간)까지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지 최종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 후 컨센서스(전원합의제)로 11월 7일 전에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유럽연합(EU)가 27일(우리시간) 한국이 아닌 응고지 후보를 지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WTO의 선호도 조사에서 회원국 과반수인 82표 이상을 확보하면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되다. 유럽 국가들은 과거 아프리카 식민지배 했기 때문에 감정적 역사적 유착관계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EU 국가들은 마지막 합의까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WTO 사무총장 선거처럼 EU도 표결이 아닌 컨센서스로 지지 후보를 결정한다.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특정 주에서 어느 후보가 이기면 그 후보가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승자 독식 체제인 것처럼 EU가 그렇다. EU 소속 27개 국가끼리 협의 과정을 만들어서 27개 표를 독식하게 된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EU 등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다른 국가들도 대체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 현재 구도는 오콘조-이웰라가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164개국 중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79표를 확보했다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사무총장 후보자 정견 발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당초 열세였던 유명희 본부장이 끈질기게 따라붙어서 최종 결선까지 오른 만큼 아직 당락을 결정짓기엔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전 회원국이 동의해야 하고, EU 못지않게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표심도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잇달아 전화통화를 갖고 유 본부장 지지를 요청하고 있으며, 유 본부장에게 점점 유리한 판세로 흐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WTO에서는 미국, EU, 개도국그룹, 브라질, 인도 등의 입김이 센 편이다. 그동안 외신 보도를 보면 미국은 유 후보자 지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고, 중국은 신중 모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국가와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 국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은 공개적으로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프리카는 43개 표를 보유하고 있다. 각국이 개별적으로 투표하지만 ‘아프리카 유니온’이라고 단합 협의체가 있고, 여기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자는 결의안도 나온다. 하지만 EU와 달리 구속력은 없다.

EU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합의하면서 유 본부장의 판세는 불리해진 상황이지만 역시 반전의 카드는 컨센서스에 있다. 만약 선호도 조사에서 두 후보간 격차가 크지 않으면 회원국끼리 다시 합의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27일까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WTO 내 개혁 소그룹인 오타와 그룹의 지지를 호소한 까닭이기도 하다.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아프리카와 EU 표 등을 합쳐서 표를 다수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80대 80이나 90대 70 정도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으므로 다수가 소수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서 최종 당선자를 선출하게 된다. 이럴 경우 미국의 특정 후보 지지가 ‘비토 파워’로 작용할 수 있다.   

가령 미국 등 큰 국가에서 특정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할 경우 계속 설득해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만 싫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WTO 선거에서는 컨센서스를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후보가 임기를 절반씩 나눠 맡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999년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선진국이 지지한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개도국 지지를 받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가 결국 WTO 사무총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려 두 후보가 각각 3년씩 나눠 맡았던 선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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