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에 대한 걱정만 키운 홍남기 사표 소동
경제 문제엔 정치 논리보다 경제 논리 앞세워야…선거 공학 정부 운영 안돼
편집국 기자
2020-11-05 11:32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표를 던졌다 하루만에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3일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다 돌연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청와대가 즉각 사표를 반려했다고 밝혔으나 홍 부총리는 "책임을 지겠다"며 완강한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 부총리로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느닷없는 사표 소동은 '복종 선언'으로 싱겁게 끝났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운용 난맥상을 보는 듯해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홍남기 부총리의 처신은 너무나도 경박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의 테크노크라트가 당·정·청 정책 협의에서 밀리자 사표를 던지고, 그 사실을 국회에서 떠벌리고 청와대와 여당의 비판이 나오자 하루만에 번복한 것은 정상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다. 야당이 "엉성한 각본에 의한 정치 쇼"라며 "무책임한 태도"라고 질타하자 홍 부총리는 "진심을 담아 사의를 표명했는데 '정치 쇼'라고 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입씨름을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사의 표명의 이유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려 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한데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하느냐, 현행대로 10억원으로 하느냐가 과연 '경제부총리'라는 '직'을 걸 정도로 중대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3억원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다른 사유가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밝혀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경제 관료로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 자리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중대한 고비마다 청와대를 장악한 운동권 출신 참모들과 여당 지도부의 정치 논리, 선거 논리에 휘둘려 경제사령탑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표를 던졌다 하루만에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느닷없는 사표 소동은 '복종 선언'으로 싱겁게 끝났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운용 난맥상을 보는 듯해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사진=기획재정부


취임 후 23개월동안 대한민국 관료사회, 특히 경제 성장 신화의 주역으로 자부하는 기재부 관료들의 소신을 지켜주지 못하고 정치 공학에 바탕을 둔 포퓰리즘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8번이나 소신을 밝혔다가 청와대와 민주당의 압박에 모두 백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8전8패' 부총리로 불린다. 오죽했으면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한자 성어에 빗대 '홍두사미(洪頭蛇尾)'라는 아픈 별명까지 얻었겠는가.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경제계와 관료사회의 평가는 극히 낮다. 올해 512조원, 내년엔 555조원 등 사상 최대의 예산을 짜고 물쓰듯 뿌리지만 효율성을 담보하지 못해 나라의 곳간을 거들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 투입한 돈이 후일 피가 되고 살이 되어 국가 경제를 튼튼하게 하고 다시 곳간을 풍성하게 채울 결실로 돌아와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극히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내년엔 국가부채를 1000조원대로 만들어 미래 세대까지 빚더미에 허덕이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엉망진창이다. 정치인 출신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휘둘려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값이 9억원에 달하게 했고, 청년은 살 곳이 없어 결혼도 못하는 나라를 만들었다. 전셋값은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대책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젠 대구, 부산, 광주 등 지방 도시의 아파트 값도 자고 일어나면 수 억원이 오르는 통제불능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대로 가면 홍남기 부총리는 역대 부총리 가운데 가장 무능한 부총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기류를 반영해서인지 홍남기 부총리의 사표 소동은 책임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금부터라도 전문가 답게 엄중한 경제논리에 바탕을 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소신을 지키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3억원에 '직'을 걸 것이 아니라 재정건전성을 지키고, 성장동력을 유지하며 미래세대에게 건전한 나라를 물려주는데 '직'을 걸어야 한다. 


법률이 부총리에게 보장하는 권한과 의무를 다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온 관료사회의 전문성과 자부심을 지켜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뀐 뒤에도 존경받는 관료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관료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홍 부총리는 정권이 아니라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정치공학, 선거공학만으로 나라를 이끌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관료사회는 잘잘못이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자랑해 왔다. 국가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개방성, 국제성이 고도화하면서 관료들의 영향력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문 관료의 역할을 지대하다. 경제 문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관료 사회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복잡다단한 경제문제를 제대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여당과 청와대에 쏠려 있는 결정권을 분산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리고 정치가 경제를 흔드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정 운영의 총체적 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전문가들을 존중하며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것을 막아줘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정치 논리로 경제를 운영하려는 정치권과 경제 논리로 경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려는 관료사회의 갈등은 늘 있었지만 지금처럼 정치가 관료사회를 압도한 적은 없었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상호존중과 균형을 회복,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미디어펜=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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