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품귀에 치솟는 전셋값·대출도 어려워…2030세대에 가혹한 부동산 현실
   
▲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원룸 월세 계약이 이달 만료된다. 전셋집을 찾기로 마음 먹었다. 비록 전액 대출 '은행 집'이지만 서울 외곽으로 눈을 돌리면 현재 거주 중인 원룸보다 넓은 방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저렴한 가격에 신축 오피스텔이나 투룸을 구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일단 매물이 없었다. 오늘 본 전세 매물이 다음날이면 사라지기 일쑤였다. 전세 품귀 상황이 뼈로 와닿는 대목이다. 

현재 전세난은 통계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30.1을 기록했다. 전 주 대비 5.4 증가한 수치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전세 물량이 급감한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다. '임대차 3법'이라 불리는 해당 법안이 7월 말 본격 시행된 이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계약이 4년까지 연장된다.

저금리 기조에 임대 수익이 감소한 가운데 지난 8월부터는 집주인의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도 의무화됐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역시 줄어들자 전세 임대사업자들도 등을 돌렸다. 장기 매입임대사업자 제도도 사실상 폐지됐다. 이쯤 되니 온 세상이 나의 '전세 찾기 대장정'을 방해하고 있는 듯 싶다. 

   
▲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사진=미디어펜


전셋값 폭등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이번 주(2일 기준)에도 0.12% 오르며 70주 째 쉬지 않고 중이다. 오피스텔 가격이 부담돼 구축 빌라나 다가구 주택으로 눈을 돌려봤지만 이와 같은 유형의 매물들은 보증금 마련 책으로 생각해 둔 '중소기업 취업 청년대출(이하 중기청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불법 증축 건물이라 그런 경우도 있었고 대출 규제가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그나마 한도나 이자가 괜찮은 중기청 대출이 나올만한 저렴한 매물은 집주인이 애초에 대출을 막아둔 것이다.

중기청 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 한 곳을 선택해 담보를 취득할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중기청 대출 상품은 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HUG는 보증금 100% 전액 대출이 나온다. 

문제는 100% 대출을 집주인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주인들은 HUG의 100% 전액 대출 상품에서 요구되는 채권양도계약서, 위임장, 동의서, 주택가격동의서 등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청년주택 입주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청년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청년'이 되기도 힘들었다. 지난 9월 서울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 최고 경쟁률은 140대 1을 기록했다. 청약을 넣었던 2곳에서 예상대로 '광탈'을 맛보고 꿈을 접었다.

투자 목적이든 실거주를 위해서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2030세대들은 하나 같이 좌절감을 기반으로 시작한다. 그들이 세우는 부동산 전략에는 "가점제 청약은 가망이 없으니", "영끌할 영혼도 없으니", "서울 내에서는 불가능 하니" 등이 전제로 깔린다.

지난 주말 북한산을 올랐다. 능선 아래 아파트 단지들이 내려다 보였다. 내가 살 집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2020년 부동산 시장은 청년들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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